삼성전자, '어닝 쇼크' 영업익 9.1조... 반도체 부문장 "죄송스럽다"

메모리 가격 하락에 HBM 경쟁력 지연...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 크게 밑돌아
전영현 부회장 "근원적 기술 경쟁력 복원에 총력"... 조직 혁신 시사
스마트폰·디스플레이 호조에도 반도체 부진으로 전체 실적 악화

삼성전자가 2024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8일 공시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9조1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2.8% 감소한 수치다. 매출액은 79조 원으로 분기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 역시 시장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증권가의 예상이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실적이 이를 더욱 밑돌았다는 것이다. 한 달 전만 해도 13조 원대로 예상되던 영업이익 전망치가 10조 7700억 원까지 낮아졌지만, 실제 결과는 이보다도 낮았다.

이번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는 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지목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부는 AI 시대의 핵심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회복이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세대 HBM(HBM3E) 제품의 양산은 시작됐으나,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로의 납품이 지연되면서 기대했던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모바일 시장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공급 증가로 인해 범용 메모리 제품의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수뇌부가 이례적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임직원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기술 경쟁력 복원, 미래 준비 강화, 조직문화 혁신 등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전 부회장은 특히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 부진과 경영진의 입장 표명을 계기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대대적인 혁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AI 시대에 대응한 기술 개발과 생산 역량 강화, 그리고 조직 문화 개선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 부문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플래그십 모델의 판매 호조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 효과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변화와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지, 그리고 이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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