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속 의사국시 실기시험 합격률 '역대급' 저조

2025년도 의사국시 실기시험, 역대 최저 합격률 기록
의정갈등과 외국의대 졸업생 비율 증가로 인한 시험 성적 저하
의학교육의 안정성과 실습 교육의 중요성 다시 강조

2025년도 제89회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의 합격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는 의정갈등으로 인해 의학교육이 파행적으로 운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응시자들의 구성이 변화하고 외국의대 졸업생 비율이 증가한 점도 합격률 저조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발표된 이번 실기시험의 합격률은 76.7%로 347명의 응시자 중 266명이 합격했다.


이는 2010년 실기시험이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당시 제74회 의사국시에서 95.2%의 합격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결과다. 이전까지는 대체로 90% 이상의 높은 합격률을 기록해왔던 것에 비해 올해 결과는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의학교육 전문가들은 의정갈등으로 인해 의학교육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예견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학교육학회 박훈기 회장은 "의정갈등으로 인해 의학교육이 파행적으로 운영되었고, 이로 인해 실기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합격률 저조가 불가피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특히 "교육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기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의 어려움이 컸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실기시험에서는 응시자의 특성 변화도 저조한 합격률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올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한 인원 중 상당수가 국시 거부를 선언한 의대 졸업 예정자들이었으며, 그로 인해 외국의대 졸업생과 국시 재응시자들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실기시험에 총 364명이 응시했으며 그 중 의학과 4학년생은 159명에 불과했다.

인제의대 류마티스내과 윤보영 교수는 "외국의대 졸업생들은 교육 과정과 평가 방식이 한국과는 달라 국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국시에 재응시하는 학생들 또한 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아 합격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의사국시 형태의 시험에 익숙한 반면, 외국의대 졸업생들은 교육 환경과 평가 방식이 달라 이러한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외국의대의 경우 교육 커리큘럼의 차이로 인해 실기시험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이러한 점이 합격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의정갈등이 교육의 질에 미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의정갈등으로 인해 많은 의대가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하지 못했고, 특히 실습 교육의 공백이 컸다. 실기시험에서 중요한 것은 이론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실제 임상 상황에서의 대응 능력인데, 이번 교육 파행으로 인해 학생들이 충분한 실습 경험을 쌓지 못한 것이 합격률 저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박훈기 회장은 "2020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만, 당시 의정갈등은 4학년 수업 과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발생했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며 "올해는 의정갈등이 교육 과정의 초반부터 지속되었기 때문에 그 영향이 더 컸다"고 말했다.

외국의대 졸업생들이 국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그들의 교육 환경 차이에서 기인한다. 한국의 의사 국가시험은 최소 역량을 보유한 학생들을 판별하기 위한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학생들이 실기시험을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고려의대 의학교육학교실 이영미 교수는 "실기시험의 합격선은 최소 역량 수준으로 정해지며, 이번 결과는 공정하게 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는 안전한 의사만을 사회로 배출하겠다는 의학교육의 철학을 반영한 평가이며, 최소한의 역량을 갖추지 못한 학생은 합격하지 못하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절대평가 방식은 한국 의학교육의 중요한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 의학교육의 목표는 단순히 많은 수의 의사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을 갖춘 의사를 배출하는 것이다.


이번 실기시험의 결과는 이러한 교육적 목표를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영미 교수는 "실기시험은 처음부터 최소 역량 수준을 보유한 학생들을 판별하기 위해 도입된 절대평가 방식이며, 이는 의사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려는 의학교육의 의지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의사로서 최소한의 역량을 갖추지 못한 학생을 배출하는 것은 결국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평가 결과는 공정하며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보영 교수는 "의료 교육의 질을 유지하고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육 과정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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