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 회장이 취임 반년 만에 불신임(탄핵) 위기에 직면했다. 오는 11월 10일 열리는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회장의 불신임 여부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을 논의하게 된다.

임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지도부로 교체될지에 대한 결정을 의협 대의원들이 맡게 되면서 의료계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의협, 임시대의원총회 열어 회장 불신임 논의…의료계 대표자 교체 가능성 높아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 29일 저녁 임시 운영위원회를 열고, 다음 달 1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회관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8월 31일 열린 임총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이번 임총은 조현근 부산 대의원이 지난 21일 제출한 임총 개최 동의서에 나흘 동안 대의원 103명이 서명하면서 성사되었다.

이번 임총의 주요 안건은 두 가지로, 첫 번째는 임현택 회장의 불신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정부 의료농단 저지 및 의료 정상화’를 위한 비대위 구성이다. 회장 불신임안은 재적 대의원 246명 중 3분의 2인 164명이 참석해야 상정이 가능하며, 출석 대의원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즉, 대의원 110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의료계 내에서는 임 회장이 불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지난 6개월간의 회장 재임 기간이 “시간 낭비였으며” 불신임이 “이제야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박단 위원장은 두 달 전 공개적으로 임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사퇴하지 않으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의료계 내 불만 고조…“성과 없이 문제만 일으킨 회장”

익명을 요구한 의협 대의원회 A 대의원은 “현재 판세는 임 회장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으며, 탄핵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A 대의원은 “사고를 쳐도 성과를 내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임 회장은 내놓은 성과가 하나도 없다”며 “초강경파로서 의료계 정국을 돌파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회원들이 임 회장의 언행 문제를 눈감아 준 것도 이제는 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임 회장이 일으킨 리스크를 의료계 전체가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익명의 B 대의원 역시 “임 회장이 불신임될 가능성이 크다”며 “여론이 임 회장에게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B 대의원은 “사실 임기 시작 때부터 이미 비토 여론이 있었다.

임 회장이 일방적으로 집단 휴진을 선언하면서 시도의사회와 갈등이 생겼고, 이후 불만만 누적되었을 뿐 이를 해소할 호재가 없었다”며 “전공의들과의 관계도 최악이다. 더 빨리 불신임을 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일부 반대 의견도 존재…“불신임은 혼란 초래할 수 있어”

일각에서는 불신임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의정협의체가 발족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의대생의 휴학을 허용하는 등 국면 전환을 기대하는 시점에 지도부 교체가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임 회장이 취임 직전 당시 비대위와 충돌을 겪었듯이, 이번에 새롭게 구성될 비대위와 새로운 집행부가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C 대의원은 “개인적으로는 불신임에 찬성한다”고 밝히면서도 “임 회장을 싸움터에서 불러들인다고 해도 ‘다음 선수’가 명확하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잠시 비대위가 맡았다가 다시 새 집행부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의료계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머뭇거리는 대의원들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임 회장을 지지하는 대의원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변수다. 익명을 요구한 의협 관계자 D씨는 “임 회장을 지지하는 지역들이 상당수 있다”며 “대화의 장이 마련된 만큼 현 집행부가 일선에서 물러나 지원 역할만 하면 전공의 등의 거부 반응도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 불신임, 의료계의 ‘골든타임’ 복원 기회로 삼아야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 대해 반박하는 목소리도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의사회 E 회장은 “임 회장은 이미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탄핵당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임 회장 불신임은 전공의와 다시 함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위를 구성하고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와 공조해 정부에 대응해야 하며, 이를 통해 의료계가 잃었던 ‘골든타임’을 복원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에서는 이번 임 회장의 불신임 여부가 단순히 회장의 교체에 그치지 않고, 향후 의료계의 방향성과 대정부 투쟁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날 경우, 비대위가 주도적으로 정부와의 협상과 대응을 맡게 되며, 그동안 분열됐던 의료계 내부의 단합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임현택 회장은 지난 반년 동안 의료계 강경파로서의 이미지를 내세우며 정부와의 갈등을 이어왔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점과 과격한 언행으로 인한 회원들의 불만이 겹쳐 탄핵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10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임 회장이 불신임을 받을 경우, 의협은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기 위한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며, 의료계 내부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대위 구성 등 복잡한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