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4년 5개월 만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4만전자'로 주저앉았다. 지난 몇 주간 주가 하락 가능성을 낮게 보던 증권가에서도 예기치 않은 하락세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는 예상과 달리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700원(1.38%) 하락한 4만 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5일 연속 하락한 결과로, 지난 10월 10일 종가 기준 5만 8,900원으로 거래되던 '6만전자'에서 밀려난 지 불과 25거래일 만에 5만 원대까지 무너진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낮게 평가해왔으며, 여전히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삼성전자에 대한 증권사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이 발표한 분석 보고서 31개 모두가 '매수' 의견을 냈으며, 목표 주가는 7만 5천 원에서 9만 5천 원으로, 9만 원대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목표 주가를 상향한 보고서는 나오지 않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가 현재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매력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주요 악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어 하방 리스크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DB금융투자는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고, 신한투자증권은 "악재가 이미 대부분 주가에 반영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주가의 하방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의 이러한 낙관적인 평가의 근거로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수치가 있다. 삼성전자의 PBR은 최근 5만 원대에서 1.01.1배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통상적으로 삼성전자가 보여온 1.53.0배에 비해 낮은 수치다. 심지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삼성전자의 PBR은 1.2배를 유지했을 정도였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애널리스트들은 주가가 현재 저평가되어 있다고 보고, 향후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비롯한 반도체 사업 성장을 전망하며 주가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연속적인 매도세로 인해 이달 들어 급격히 하락했다. 특히 12거래일 연속으로 삼성전자를 순매도한 외국인은 이날에도 4,772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 매도세는 시장의 낙관적인 전망과 대조적으로 주가의 하락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중시켰다.
최근 계속되는 주가 하락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자신들의 전망이 다소 낙관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이 매출화되는 시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며 "이에 대한 예측 실패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전문가들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발전과 그로 인한 매출 증가를 과대평가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이번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낙관적인 전망과 실제 시장의 상황 사이의 괴리를 드러내며, 투자자들로 하여금 보다 신중한 시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여전히 많은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저평가된 밸류에이션과 기술적 잠재력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가의 분석과는 다르게 시장은 실제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긍정적 신호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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