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성모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강원대병원이 각각의 사정을 어필하며 삼파전 예고
- 선정시 독립된 감염병동 설치를 위해 정부로부터 449억5,300만원 지원 받아
국내 5번째 감염병전문병원 선정 지원 마감을 일주일 앞두고 공모에 응할 지자체와 의료기관들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앞서 질병관리청(청장 정은경)은 오는 1월 13일까지 '수도권 감염병전문병원' 1개 기관을 공모·선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에는 공항이 있는 인천에선 인천성모병원, 인구가 많은 경기도에선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병 대응 수요가 큰 강원도에서는 강원대병원이 각각 지원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삼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 병원은 유치를 위해 지역 내 다른 병원들과 손을 잡는 등 지역을 대표하는 모습을 보이며 사업계획서 준비에 한창이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13일까지 수도권(서울·인천·경기·강원) 소재 상급종합병원 또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 준-중환자병상 지정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수도권 권역 감염병전문병원 공모를 진행한다.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은 36병상(중환자실 6개, 음암병실 30개), 외래관찰병상 2개, 음압수술실 2개 등을 갖춘 독립된 감염병동 설치를 위해 정부로부터 449억5,300만원을 지원받는다. 부지(5,000~6,600㎡)는 의료기관이 별도로 선정·마련해야 한다.
감염병전문병원 선정 시 맡게 될 주요 역할은 ▲감염병 환자 진단·검사 및 격리·치료 ▲권역 내 의료기관 감염병 대응 전문인력 교육·훈련 ▲권역 내 감염병 환자 배정·전원 등이다.
◆ 인천성모병원, "감염병 방지 최전선 인천에 설립을"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밀집도가 높은 경기도에서도 감염병전문병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 권역 감염병전문병원 공모에서 경북권에 밀려 고배를 마신 바 있는 인천시는 이번 공모에 특히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인천성모병원은 이러한 인천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천성모병원은 재작년 코로나19 무증상 및 경증 환자 치료를 위해 영종도에 위치한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경정훈련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에 의료진을 파견해 운영한 바 있다. 또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 준·중환자병상을 운영 중이다.
인천성모병원은 7일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인데, 인천 지역이 지리적 특성상 감염병 유입 위험이 높다는 점 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성모병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천에는 공항과 항만이 있어 외국에서 유입되는 감염병이 많고, 우리나라 관문 역할도 하는 만큼 감염병 방지 최전선”이라며 “그런 만큼 인천에 감염병전문병원이 꼭 설립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도 공공의료발전 정책협의체 회의에서 감염병전문병원 유치 전략 등이 논의됐다. 인천시도 감염병전문병원이 설립에 대해 병원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라며 “감염병전문병원이 수익이 많이 나는 구조는 아니다. 사회에 공헌하고 인천 대표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참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는 ‘감염병전문병원 유치 전담 테스크포스(TF)’도 운영하고 있다. 시 건강체육국장을 중심으로 관련부서(보건의료정책과, 감염병관리과) 및 인천시 감염병관리지원단·공공보건의료지원단 등 전문가 그룹의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TF팀의 주요 임무는 ▲감염병전문병원 평가항목 및 사업계획서 총괄 검토 ▲타 시·도 공모의료기관 동향파악 및 비교분석 등이다. 인천지역 내 상급종합병원 및 공공병원들이 협력해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관련 업무협약도 체결할 예정이다.
시 뿐만 아니라 지역 내 같은 상급종합병원인 인하대병원과 가천대길병원도 인천성모병원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관문 역할을 하는 인천에 감염병전문병원이 확실히 필요하다. (우리가 참여하지 못한 만큼) 인천성모병원에서 감염병전문병원을 적극적으로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인하대병원은 앞서 지역 내 감염병전문병원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최근 공모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병원 측은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김포시 분원 설립 계획과 맞물려 예산이나 부지 확보 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천대길병원도 부지 선정에 어려움이 있어 공모에 지원하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환자 진료 역할은 다 하고 있는데, 병원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따로 부지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느 병원이 감염병전문병원이 되더라도 따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지역 내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 분당서울대병원, "4개 상급종합병원과 손을 맞잡고 준비"
분당서울대병원도 경기도 및 지역 내 다른 병원들과 손을 잡고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아주대병원, 순천향대부속부천병원, 한림대성심병원, 고려대안산병원 등 도 내 상급종합병원들과 함께 감염병전문병원 유치에 나서는 한편, 감염병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공동 대응체계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5일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과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 한상욱 아주대병원장, 신응진 순천향대부천병원장, 유경호 한림대성심병원장, 김운영 고대안산병원장,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은 경기도청 신관 상황실에서 이같은 내용의 ‘경기도 감염병 공동 대응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감염병전문병원을 중심으로 한 민·관 협력 네트워크 구축 ▲감염병 위기 대응계획 수립 및 교육·훈련 협력 ▲학술회의 공동 개최 및 정보 공유 강화 ▲효율적 의료시스템 운영 등을 위해 상호 협력할 예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사업계획서 준비단계이고 계획서 작성 외에는 특이하게 추진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것은 별도로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경쟁하는 다른 병원이 있어서 100% 된다는 보장이 없지만 당연히 계획을 추진하는 만큼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운영해 왔고, 최근 코로나19 중환자병상을 40병상까지 늘리는 등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 강원대병원, "감염병전문병원이 정말 필요한 곳"
아울러 강원대병원도 감염병전문병원 사업계획서를 검토 중으로, "감염병전문병원이 정말 필요한 곳이다"라는 입장으로 공모에 응할 계획이다.
실제 강원도는 전국 최하위의 의료접근성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이는 코로나19 및 향후 신종감염병 등 유사 위기 상황 시 국가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감염병전문병원 유치를 통해 의료취약지역에서 발생한 응급환자의 이동을 최소화하고 적시에 치료하겠다는 것이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강원대병원은 신종플루, 사스 등 여러 감염병 상황에서의 대응 노하우와 우수한 의료진을 갖추고 있다"고 돌아봤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초기 국립대병원 최초로 워킹스루 선별진료소 검사를 시행하였고, 도내에서 코로나 중증 환자를 가장 많이 치료해 오는 등 현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대처하고 있는데, 이런 경험으로 감염병전문병원 유치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의료 쪽도 더 강화하고 도민들과 수도권 환자들까지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는 그런 감염병전문병원을 유치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전국 감염병전문병원은 호남권 조선대병원, 충청권 순천향대 천안병원, 경북권 칠곡경북대병원, 경남권 양산부산대병원 등이 지정돼 있다. 질병청은 공모 지원 병원들의 코로나19 환자 치료 실적과 역량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후 최우수 1개 기관을 선정해 2월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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