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주(병원장) 등 경영책임자에게 사업장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어
-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긴장감을 갖고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불미스러운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병원계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병원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이나 환자안전법에 따라 벌칙규정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제는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추가되면서 중복 규제·처벌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병원의 경우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가 많은데다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100% 예방이 불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에 의료진은 불안정한 상황에 처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은 지난 21일 ‘보건의료기업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웨비나를 개최했다. 이날 웨비나에서는 의료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자가 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조치와 대응방안 등이 소개되었다.
◆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뜻하는 것으로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병원장) 등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법령이다.
여기서 중대재해란 크게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말한다. 이 가운데 중대산업재해는 산업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자가 입은 중대한 재해를, 중대시민재해는 제조물 등의 결함으로 인해 일반시민이 입은 중대한 재해를 뜻한다.
기존에 있던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도 중대한 재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나 처벌 대상은 대부분 대표이사가 아닌 법인이었기 때문에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자가 직접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에 신설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를 안전보건확보의무 주체로 규정하고 처벌 대상(범죄 행위)를 명시함으로써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법인뿐만 아니라 회사의 대표이사가 직접 처벌될 가능성을 높였다.
◆ 병의원도 각별히 주의해야
특히 병의원의 경우에도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데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상시근로자가 50명 이상인 경우는 즉시 적용,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의 경우 법 시행 이후 3년간 적용이 유예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면적(2000m2, 605평) 또는 병상수 100개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에 적용되며, 종사자중 B형간염, C형간염, AIDS,매독등 혈액전파성 질병이 발생한 자가 1년 이내 3명이 넘으면 안 된다.
특히 병원 종사자에게 발생한 산업재해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 발생한 시민재해까지 병원이 적용대상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만약 처벌 규정에 해당된다면 의료기관, 경영책임자, 법인 등에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인은 50억원 이하의 벌금 및 손해배상 책임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이날 웨비나에서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법무법인 LK파트너스 이경권 대표변호사는 제약사나 의료기관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무관한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2021년 1월 양주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 등을 언급하며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다는 노동계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정의하는 중대재해 가운데 제약사, 의료기기 제조사의 경우 중대시민재해를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생산·제조·판매·유통 중인 원료나 제조물의 설계, 제조, 관리상의 결함으로 이용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이 피해를 입을 경우 시민재해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과거 발생한 주사제 약물 오염 사건이 다시 일어난다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오너 리스크에 버금가는 리스크다. 그간 쌓아왔던 브랜드 이미지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사기 바늘 끝이 부러져 의료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조사의 잘못이므로 의료기관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고가 발생한 곳이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며 “제조사와 병원 모두 조사를 받을 확률이 크다”고 했다.
이밖에도 병원 내 에스컬레이트 멈춤 사고, 구내식당 집단 식중독 사고 등 1명 이상의 사망자나 10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중대시민재해로 분류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X-Ray 촬영 시 발생하는 방사능 피폭 문제도 병원 근무환경에서 발생하는 시민 재해로 분류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의 중요성
이에 이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사업주(병원장) 등 경영책임자에게 사업장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경영자가 등기 이사에서 빠지는 것만으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안전보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모두 지니고 업무, 예산을 독자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이를 선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지정된 안전관리 전담 조직·관리자 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준수를 위한 별도의 인력 구성이 필요한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전담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자칫 ‘옥상옥’이 될 수 있다”며 “불필요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산업계에서도 이와 관련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서 발표를 맡은 노무법인 중앙 이상복 공인노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더라도 무조건 책임경영자가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에 국한 된다”며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이상복 공인노무사는 ▲안전 보건업무를 총괄 관리하는 전담조직 설치 ▲사업 또는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의 확인·개선에 대한 점검 ▲재해 예방에 필요한 예산의 집행 및 용도에 맞게 집행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산업보건의 배치 ▲중대산업재해의 발생 및 발생할 급박할 위험에 대비한 매뉴얼 마련 ▲도급, 용역, 위탁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를 위한 조치 등 안전보건 의무 이행을 위한 대응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과거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심판국장 등을 역임한 이 노무사는 “20여년간 산업재해 사례를 살펴본 결과 미리 준비하는 사업장에는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긴장감을 갖고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불미스러운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유해위험요인 파악과 위험성 평가의 중요성
이밖에도 안전보건공단 위험성평가 심사위원을 지낸 연우 나우텍 이재균 대표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45001’의 목적 및 기대효과를 설명하며 시스템 도입 과정 중 하나인 위험성평가의 절차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대표는 “유해위험요인 파악과 위험성 평가가 중대 재해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산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휴온스그룹의 박성권 수석부장은 ISO45001 도입 사례를 소개하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 경영 활동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ISO45001 도입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통합인증을 획득한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사례 공유와 개선을 통해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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