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조계 “개인정보보호법·사자명예훼손 위반 가능성 매우 낮아”
- ‘공적 정보’ 유출자는 민·형사상 책임 소지 있어... 한동훈 “누가 제공했을수도”
지난 13일 한 인터넷 매체가 이태원 참사의 희상자 158명 중 155명의 이름을 공개하면서 이에 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유가족의 동의를 받지 않아 법적인 책임소재가 있는지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인터넷 언론 매체인 ‘시민언론 민들레’는 ‘시민언론 더탐사’와 함께 웹사이트에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글과 영어 알파벳(외국인)으로 게시했다. 나이와 성별, 거주지 등 다른 신상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매체는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유가족의 동의를 얻지 않은 일방적인 공개라며 비판했다.
유족 동의 없는 실명 공개로 논란이 인 뒤 민들레는 14일 밤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10여 명의 이름은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종배(국민의 힘) 서울시 의원이 15일 희생자 이름도 유족의 개인 정보인 만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이를 공개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들 매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 매체에 대한 법적 처벌과 관련, 법조계의 전망은 현행법상 처벌될 가능성이 작다는 쪽으로 기운다. 지방법원 판사 A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망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법률이 우리나라에는 없다"며 "해당 매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정보'는 '살아있는 개인'의 것으로 본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성명, 주민등록번호, 영상 등 직접 정보이든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쉽게 특정할 수 있는 간접 정보이든 보호 대상이 된다. 그러나 민들레가 공개한 '사망자의 이름'을 보호할 뾰족할 수단은 없다는 해석이다.
법무법인 시우의 채다은 변호사는 "수사가 시작되면 무슨 법을 적용할지가 문제가 될 텐데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 때문에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 검찰 간부는 "사망자의 이름이 유족의 신상 같은 '살아있는 사람'의 개인정보와 연관된다고 해석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 적용을 고려해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민들레 관련자들에게 명예훼손죄를 물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이 역시 마땅치 않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사자명예훼손은 '허위사실'로 사망자의 명예를 훼손해야 성립하기 때문이다. 실명 공개의 목적이 사망자 비방이 아니라 '추모'라는 점도 고려될 문제다.
다만 사망자 명단을 언론에 유출한 사람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적 정보인 사망자 명단을 관리한 공무원 등에게는 비밀누설죄 같은 다른 법 조항이 적용될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A 판사는 "수사가 이뤄져 봐야 알겠지만 유출자가 특정 시스템에 불법 침입했을 수 있고, 병원에서 빼돌린 게 확인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 출석해 "개인정보보호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맞는 말"이라면서도 "그들(민들레 측)이 훔친 게 아니라면 누군가가 제공했을 가능성이 큰데, 그 과정에서 공적 자료 유출의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망자 명단 공개에 연루된 사람들에게 유족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현직 판사 B씨는 "유족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이 현실적일 것"이라며 "사망한 사람의 이름을 유족 허락도 없이 공개한 것이니 민사상 불법행위 주장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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