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중증 역대 최다 돌파. 적신호 켜진 위드 코로나

- 전국 138개였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8배 이상인 1127개로 늘어났는데도 여전히 포화 상태
- 병상을 늘린다 해도 정작 환자를 치료할 의사, 간호사가 부족해 문제 심각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 전환 3주차에 접어들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 수는 역대 가장 많은 522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위중증 환자 누적으로 서울의 중환자실 가동률은 80%를 넘어서게 되며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더해 하루 신규 확진자는 53일 만에 3000명대로 폭증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상 확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수도권 22개 상급종합병원장을 긴급 소집했다. 정부가 수도권에서 늘리려는 코로나19 병상 수는 총 402개. 수도권 환자를 비수도권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만큼 코로나19 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정부 대책이 계획대로 이행되더라도 문제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 코로나 환자에 내몰리는 암 환자들
수도권의 A병원은 16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었다. 병원 내 어느 병동을 코로나19 병동으로 개조할지 논의했다. 이 병원은 3주 안에 코로나19 병상을 20개 넘게 늘려야 한다. ‘후보’로 거론된 병동은 전날까지 42개 병상의 90.5%가 환자로 찼다. 주로 위암, 대장암, 췌장암 등 암 환자들이었다. A병원 관계자는 “이 환자들을 어디로 옮길지 모르겠다”며 “정부 행정명령이 매번 비(非)코로나 환자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 환자 40여 명을 내보낸 자리에 코로나19 병상 20여 개만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코로나19 중환자 관리에 더 많은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중환자는 에크모(ECMO·인공심폐기)를 달아야 한다. 간호 인력도 일반 환자 대비 3, 4배 더 많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15일 전국 138개였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5차례 ‘동원령’을 거쳐 올해 같은 날 8배 이상인 1127개로 늘어났다. 그런데도 코로나19 병상은 여전히 포화 상태다. 지금 같은 방식의 ‘병상 동원’이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병원 응급실도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 일반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16일 오후 3시 서울 응급실의 음압격리병상 가동률은 86%에 이른다. 강형구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1일 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서울의 모든 병원 응급실이 동맥경화처럼 꽉 막힌 상태”라고 전했다.

◆ 의료인력 부족 심각
이날 정부와 22개 병원장은 의료진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했다. 병상을 늘려도 정작 환자를 치료할 의사,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미 적지 않은 의료진이 번아웃(burnout·소진) 상태에 빠졌다. 수도권의 B병원장은 “병원마다 코로나19 중환자를 볼 수 있는 감염내과나 호흡기내과 인원이 다른데 정부가 병상을 일괄 확대하라고 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의료 인력 지원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치료 장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음압병동에 필요한 음압장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병원장은 “병동을 다 만들었는데 음압 장비가 2, 3주 후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 비수도권도 비상태세
정부는 병상 포화 상태에 이른 수도권 코로나19 환자를 비수도권으로 옮기는 전원(轉院) 방침도 내놨다. 통상 환자들은 증세가 약한 순으로 경증, 중등증, 중증 등으로 분류하는데, 중등증 환자를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은 이송 중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이동형 중환자실(MICU)을 이용해야 한다. 이 장비가 부족한 것이 수도권 환자 분산의 ‘걸림돌’로 꼽힌다.

환자 이송 자체가 결국은 임시방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비수도권 역시 일부 지역은 병상 포화 조짐을 보인다. 경북은 15일 확보 병상 3개가 모두 차 입원이 불가능하다. 수도권에 가까운 대전은 병상 가동률이 64.0%에 이른다. 여기에 확보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345개인 서울이나 263개인 경기에 비해 지방의 병상 수가 적어 환자 분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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