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현역 입대’ 의대생, 군의관 대신 현역병 입대 늘어

- 현역 복무기간, 군의관 기간보다 절반 수준... 의료계, 복무기간 단축 등 처우개선 요구
- 군법무관 등 타 장교와도 형평성 논란... “개인의 선택 중요”
- 차라리 현역 입대하는 의대생들 갈수록 많아져

서울권 의과대학에 다니는 2학년 A씨는 이번 연도 안으로 휴학하고 군에 입대해 군 복무를 마칠 예정이다. 다만 눈에 띄는 부분은 의대생 신분이기 때문에 군의관, 공보의로 근무가 가능하지만 현역 사병으로 입대한다는 점이다. A씨는 “현역 사병의 복무기간에 비해 군의관, 공보의의 복무기간이 2배나 되기 때문에 차라리 빠르게 병역의무를 마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최근 A씨처럼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 대신 일반 사병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의대생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A씨는 “현재는 의대생 현역 입대 비율이 약 10%에 불과하지만 적절한 처우 개선이 없다면 앞으로 훨씬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의대생들은 6년의 과정을 거쳐 졸업을 하고, 인턴이나 레지던트 과정까지 모두 마친 후 군의관이나 공보의를 통해 병역 의무를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역 복무기간이 크게 줄고, 국방부가 복무환경 개선에도 많은 신경을 쓰면서 이러한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의과대학들이 의학전문대학원체제로 전환됐던 시절에는 남자 의전원 정원의 대부분이 ‘군필자’였기 때문에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 지원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대부분 의대 체제로 다시 복귀한 후에도 앞으로는 현역 입대를 선택하는 의대생들이 많아져 가면 갈수록 군의관과 공보의 인력이 부족해질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들이 졸업 이후 상대적으로 편한 군 장교나 임기제 공무원으로 병역 의무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현역 입대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복무기간이다. 우리나라의 일반 현역 육군의 복무 기간은 18개월이다.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 1949년 병역법 제정 당시의 36개월에서 수십년에 걸쳐 절반 가까이 짧아진 것이다.

반면 군의관이나 공보의는 병역법 제정 이후 39개월에서 1개월 줄어든 38개월 동안 근무해야 한다. 18개월의 육군 현역과 비교하면 약 20개월, 1년 8개월을 더 근무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공보의와 군의관 등 군에도 필수적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복무기간과 환경 등 적절한 처우 개선을 통해 현역 입대와 균형을 맞춘다면 자연스럽게 다시 군의관과 공보의 지원이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공의 B씨는 “현역 사병으로 입대하는 의사들이 늘어 군의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면 복무기간 단축을 비롯한 처우개선을 통해 군의관 복무가 사병 입대보다 얻는 것이 더 많아진다면 군의관 지원 경쟁률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군의관의 복무기간과 처우를 개선하게 되면 현역 입대를 선택하는 의대생이 줄어 군의관 확보가 가능할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되는 점은 다른 직역의 장교들과 형평성 문제이다. 군법무관 등 군에서 운용하고 있는 다른 특수 직역 장교들도 복무기간이 군의관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군의관만의 처우 개선을 할 수는 없다는 문제점이 생긴다.

아직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의대생 C씨는 “의대생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27세까지 군 입대를 미룰 수 있고, 졸업한 후 의사면허를 취득하게 되면 수련 시작 전의무사관후보생을 신청해 전문의가 될 때까지 연장도 가능하다. 즉, 18개월짜리 현역 사병을 갈지, 아니면 38개월짜리 군의관을 갈지는 개인의 선택”이라며 “앞으로는 의대생들이나 의대차원에서 현역 사병으로 입대하면 복무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 더 많은 의대생들이 현역병으로 입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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