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있어 못 잡는다는 ‘마약음료’, 보이스피싱처럼 될까

- ‘마약 음료’ 사건 2주 지났지만 범행 주도 일당 수사 제자리
- 국내 가담한 전달책만 검거... ‘윗선’ 신병 확보 못해 ‘지시 내린 3명 중국 거주’
- 체포영장·여권 무효화 후 인터폴에 적색 수배 요청... 강제송환에 中당국 공조할지는 미지수

이달 초 서울 강남가 학원가를 발칵 뒤집어 놓은 ‘마약음료’ 사건이 터진지 2주가 흘렀지만 사건 초기 전달책이 잇따라 검거된 이후 범행 주도 핵심 일당의 검거소식이나 수사 진전 소식이 지지부진하고 있다.


▲ 출처 : 뉴시스

해당 사건과 관련해 현금 수거책 등 말단 조직원만 붙잡힌 상태에서 배후에 대한 수사는 소재지 문제라는 난관에 봉착해 지지부진하고 있어 범행을 인지하고도 주범의 신병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는 보이스피싱 범죄와 같은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일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행사를 한다며 불특정 다수의 고등학생들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이른바 ‘마약음료’를 나눠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2인 1조로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음료수를 나눠준 4명은 5~6일 사이에 검거되거나 자수했다.마약음료를 직접 제조해 퀵서비스와 택배로 이들에게 배송한 길(25)씨도 지난 7일 강원 원주시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일당이 피해 학부모에게 건 협박전화를 중계기를 통해 국내전화번호로 조작해준 김(39)씨도 같은 날 붙잡혔다.

제조자인 길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중국에 있는 지인의 지시를 받아 빈병에 마약음료를 제조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길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한국 국적의 이(25)씨, 빈병 배송에 가담한 중국 국적 박(39)씨, ‘던지기’ 수법으로 길씨에게 필로폰 전달을 지시한 중국 국적 이(32)씨 등 윗선 공범들의 신원도 확보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던 전력이 있는 한국 국적의 이씨가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공범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이들 세명은 모두 중국에 체류하고 있어 이들을 체포하거나 소환하지 못해 구체적인 역할 분담 방식과 또다른 공범의 여부, 범행 경위 수사는 몇주째 제자리 걸음만 지속하고 있다.

경찰은 중국에서 범행에 가담한 이씨 등 3명의 신병 확보를 위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 절차를 밟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다만 이들을 송환하기 위해선 중국 공안의 협조가 필요하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수사의 경우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지에 있는 탓에 현지 경찰과의 공조 문제로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검거율도 낮아 현금수거책과 같은 국내 잡범만 검거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워낙 많은데다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대부분의 피해자가 중국 현지인이 아닌 국내 국민인 경우가 많아 양국간의 공조가 매끄럽게 이뤄지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내외국민을 막론하고 최대 사형까지 선고하는 중국 당국의 마약 사범 엄단 기조에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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