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협 “비대면 진료로 9명 사망” 초진 포함 산업계 주장 반박

- 대한개원의협의회, 기자 간담회서 비대면 진료·필수의료·수가협상 문제 지적
- “근본적인 문제는 ‘저수가·쏠림·인프라’... 공급자도 재정위에 포함되어야 해결 가능”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필수의료 붕괴로 인해 발생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나서자 의료계에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산업계는 최근 ‘폐과선언’ 논란을 겪고 있는 소아청소년과를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가 대면진료로도 처지가 어려운 소아환자를 비대면 진료를 통해 진료하는 것은 굉장히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 출처 : 대한개원의협의회

30일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 간담회에서 비대면진료·필수의료·수가협상 등의 의료현안을 논의했다.

특히 대개협은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수용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산엽계 중심으로 제기되는 초진 비대면진료 허용에 관해서는 일단 시범사업 형태로 점검한 뒤 시행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 과정에서 9명의 환자가 진료중 사망했음에도 코로나 대유행에 가려져 크게 문제되지 않았을 뿐이며, 초진 등을 비롯해 산업계 요구대로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된다면 상황인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비대면 진료 자체에 반대한다. 초진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말도 안 된다. 코노라19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라는 진단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 그냥 초진으로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당시에는 환자도 코로나19가 원인임을 이해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대면 진료로 환자가 사망하면 가만히 넘어갈 수 있겠느냐. 비대면 진료는 재진이나 격오지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플랫폼 업체가 ‘24시간 소아청소년과 진료’ 등의 광고를 내거는 등 필수의료 붕괴로 인한 틈새시장을 공략하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필수의료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영역인 만큼 대면진료에서도 불가피한 의료사고가 잇따르는데, 이를 비대면 진료로 처치할 경우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환자 건강에 큰 위협이 가해지는 사례가 늘어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34개월 아이가 복통과 함께 토를 하면 어떤 질환일 것 같은가. 99% 바이러스 장염이긴 하겠지만 이도 악화되면 사망한다”며 “이게 만일 장중첩증이면 대게 48시간 지나면 사망한다. 특히 아이들도 급성 맹장염이 생기곤 하는데 이를 늦게 진단할 경우에도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의 특징은 성인보다 사망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사망에 이른다”며 “대면진료에서 소청과 전문의가 봐도 사망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를 비대면 진료로 보겠다는 것은 아이를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소청과 폐과 선언과 관련해 경영난으로 인해 소청과 의원을 폐업하려는 개원의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일반 진료 및 병·의원 운영에 필요한 내용을 교육하는 세미나도 오는 6월 준비하고 있다. 의료계 차원의 방안으로는 되살릴 수 없는 상황임에도 정부도 개선의지를 수년에 걸쳐 보이지 않고 있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폐과 선언 이후 보건복지부의 대화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이미 수 많은 논의를 거쳤음에도 변화가 없었고, 다시 대화를 한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세미나 참여 신청 하루만에 200명의 소청과 의사가 등록했고, 최대 8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개원의들도 소청과를 안 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청과가 무너지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개원가가 이미 무너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달빛병원 지원을 더욱 확대한다고 내놓았는데, 오히려 이 때문에 햇빛 어린이병원이 망해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또 복지부는 관련 대책으로 응급의학과에서 소아진료 수요를 맡으라고 떠밀었는데 거부하면 페널티를 먹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응급의학과 전공의 사직도 늘고 잇는데, 이게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인지 앞장서서 무너뜨리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대구에서 추락 사고를 겪은 10대 청소년이 응급실로 향하지 못하고 2시간 여를 구급차에서 맴돌다 사망하는 등 응급의료체계 붕괴가 가속회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정부의 책임이 지적됐다. 올해만 해도 30여 명의 응급실 의사들이 떠난 가운데, 응급환자를 수용 거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부 대책이 나오면서 이 같은 추세가 더욱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이제 응급실 의사는 환자를 거절하면 처벌받고, 의사면허취소법이 제정되면 면허까지 정지될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이 겹치니 응급실을 뛰쳐 나가고 있다”며 “올해만 해도 30여 명의 의사가 떠났는데 얼마나 더 떠날지는 가늠조차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문제의 진단 자체가 잘못되니 대책이 어긋나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저수가와 상급병원 과밀화, 지방 인프라 부족”이라며 “환자가 안전하려면 인프라가 충분하고 의사들이 좋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를 쥐어짜 누가 무엇을 얻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단순 응급실 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전반에서도 정부의 잘못된 진단으로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 최세환 회장은 “최근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2011년 신경외과 보드를 취득한 의사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뇌수술을 하고 있는 의사는 11명에 불과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료인면허취소법 등 상식에 맞지 않는 법을 제도화 하고 있다. 신경외과만 해도 이런데 다른 필수의료 전문과도 똑같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필수의료 붕괴 대책을 막기 위해서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의사수는 14만에 이를 만큼 꾸준히 늘고 있는데, 필수의료 전문의는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선의로 한 행동은 형사처벌을 면해주는 것이 민주적이다”라며 “이 것이 이뤄지지 않아 필수의료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 증원 얘기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상수도 배관이 터져있는 상황에서 물을 더 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터진 배관으로 계속 새어나갈 것”이라며 “단언컨대 의대 증원을 하든 말든 5년 후면 필수의료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정부가 이런 목소리를 무시하면 결국 우리의 소중한 사람들이 더 고통받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받는 저수가 문제와 관련해서 대개협은 2024년 수가협상 과정에 공급자 단체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위원회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게 어렵다면 모든 공급자단체가 협상을 거부하고 나서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수가협상은 재정위가 정한 예산을 여러 종별이 나눠가지는 방식인데, 사용자 입장에서만 인상폭이 결정되다 보니 공급자의 어려움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 또 이를 정하는 SGR 모형은 물가·임금·금리 상승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건보공단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석 회장은 "수가협상 자체가 굉장히 모멸감을 느끼는 불공정한 방식이다. 이 때문에 대한의사협회에 이번 수가협상을 거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며 "건보공단은 SGR이 아닌 다른 모형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재정위는 공급자단체와 말도 섞지 않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보공단은 정상수가를 약속하고 물가·임금·금리가 반영되는 새로운 모형을 만들어야 한다. 모형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공급자단체의 재정위 참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거부할 시 모든 공급자단체장들이 모여 수가협상을 보이콧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의료인면허박탈법이 제정된다면 이 같은 문제를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의료인면허박탈법으로 인한 과잉 규제는 이 같은 문제를 심화할 것이다"라며 "우리는 중범죄·성범죄에 대한 면허 박탈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거나 수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타과 예산을 끌어오는 것이 아닌, 정책적인 수가를 주고 위험보상을 반영해줘야 한다. 의사들은 필수의료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며 "자기 자식이 위험한 전문과에 지원해 감방에 갈 수 있다고 하면 온 가족이 말릴 것이다. 선의의 의료사고에 대한 특례는 국민 건강을 지킬 단초가 될 것이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기하급수적으로 필수의료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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