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도둑’ 中기업 횡포 물리치자” 삼성·LG, 손잡는다

- 中 디스플레이 1위 BOE,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에 특허권침해 소송 제기
- 삼전, 격분해 BOE와 거래 중단... LG디스플레이와 거래량 늘린다

중국 1위 BOE의 횡포에 삼성전자가 결국 폭발했다. BOE는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삼성이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중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되어 삼성은 중국 디스플레이 1위 업체인 BOE와 전면 거래를 끊을 것으로 보인다.


▲ 출처 : 연합뉴스

삼성 관계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접한 뒤 “기술 도둑은 우리가 아니라 BOE”라고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자사 공급망에서 BOE를 제외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하고, 그 공백을 LG디스플레이 등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중국과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삼성과 LG가 모처럼 손을 잡은 것이다.

1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BOE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TV와 스마트폰 패널의 물량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현재 BOE는 삼성전자에 TV와 스마트폰용 액정표시장치(LCD)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BOE와 거래를 줄여나가면서 그 공백을 LG디스플레이와 일본 샤프, 중국 2위 업체인 차이나스타(CSOT), 대만 AOU 등을 통해 메울전망이다. 이미 이들 업체와의 공급물량 조정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로부터 받고 있는 TV용 OLED 조달 물량도 늘릴 예정이다. 그동안 치열하게 경쟁해온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관계가 협력업체로 탈바꿈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린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는 TV용 LCD 패널의 10.9%를 BOE에서 조달했다. CSOT(28.4%) HKC디스플레이(25.0%) AUO(9.9%) 이노룩스(8.7%) LG디스플레이(8.0%) 샤프(7.8%) 등에서도 적잖은 물량을 조달했다.

삼성전자가 BOE와의 거래를 중단하게된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소송전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BOE는 올해 5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를 충칭 제1중급인민법원에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신들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기술을 따라했다는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가 특허권을 침해한 스마트폰을 유통하면서 BOE의 이익을 훼손했다고도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준비하는 도중 오히려 BOE 측으로부터 선공을 당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BOE가 자사의 디스플레의 특허 5종을 무단 도용했다고 보고 소송을 준비하던 와중 일격을 당했다. 뒤늦게 지난달 26일 미국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에 BOE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CD 업체가 많은 만큼 삼성전자 측은 굳이 BOE가 아니더라도 공급망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며 “그러나 BOE 측은 삼성전자처럼 여유롭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BOE 매출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연간 TV 출하량은 5000만 대에 육박하는 세계 1위이다.

BOE가 이런 손실을 각오하면서까지 삼성전자와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OLED 시장의 패권 경쟁의 일환이다. OLED 시장 주도권 장악을 위해선 삼성과 LG의 발목을 잡아 넘어뜨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1분기 세계 OLED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삼성디스플레이가 47%로 1위다. 그 뒤를 BOE(21%), LG디스플레이(11%) 등이 이었다.

중국 정부의 천문학적 자금 지원을 받은 BOE는 2021년에 삼성과 LG를 밀어내고 LCD 시장 1위에 올랐다. 삼성과 LG는 LCD 사업 대신 OLED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OLED 시장도 탐을 내는 BOE가 소송전에 나선 것이다. BOE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과 LG가 모처럼 손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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