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입 등 국가기관의 ‘강압적인’ 의료체계 규율시도, 의료계를 망친다

- 바른의료연구소, 국가기관들의 정책실패·묻지마 입법·월권적 판결행태 비판
- “권력기관의 억압적 구조 계속 이어지면 정상적인 의료체계 구축 불가능”
- “실제 현실을 아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 안 돼”

행정부·입법부·사법부 3대 국가기관이 의료계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채로 강압적인 태도로 의료체계 규율을 시도하는 가운데 이같은 행태가 문제 해결은커녕 오히려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왜곡을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왔다.



피부미용 등 일부 시장은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며 의료인력을 더 현혹하고 있는 가운데 사경을 헤매는 중증응급환자들은 부족한 의사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119응급차량에서 거리를 떠돌다 사망하는 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국가기관들은 의료 현장의 의견은 등한시한 채로 의료를 ‘공공재’ 취급하며 강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의 책임은 다시 의료인에게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 11일 ‘대한민국의 국가권력이 대한민국 의료를 망치고 있다’ 제하의 보도 자료를 통해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3대 국가권력 기관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바의연은 먼저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어난 일부 정신질환자들의 ‘묻지마 칼부림’ 사건과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에 관련해 정부의 관치행정이 이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거나 오히려 악화시킨 경우리고 지적했다.

‘묻지마 칼부림’의 경우 지난 2016년 정부가 인권문제와 정신병원의 도덕성 문제를 부각시켜 비자의 입원(강제 입원) 절차를 강화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의료계 반대에도 강행하여 발생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바의연은 “정신질환자들의 강제 입원이 어려워지면서 필연적으로 이들에 의한 예측 불가능한 범죄의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소견에 따른 격리입원의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고,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귀담아 듣지 않고 강행했다”고 탄식했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도 일찍이 의료계가 응급이송시스템의 전문화 및 통합, 그리고 경증 질환자의 응급실 이용 제한 등의 조치를 끊임없이 요구해왔음에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이송 및 치료 거부 금지 조치 등 규제책만을 남발하며 응급의료 현장을 더욱 낭떨어지로 밀어넣었다고 분노했다.

바의연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행정과정이라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한 후 해결책을 도출해 이를 정책으로 수립하는 과정에서 실제 의료 현실을 아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정상적인 절차를 외면하고 있다”며 “의료 현장을 실제로 경험한 적이 없고 의료 현장의 실제 문제를 전혀 모르는 일부 관변학자들의 의견만 들어 의료 정책을 수립하니 당연히 문제가 해결될 리가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정책 수립 시 통일된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대한의사협회를 통한 의료계의 정책 자문을 의무화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전 국민 강제 가입과 전 의료기관 강제 지정이라는 기형적인 단일 공보험 제도인 ‘건강보험제도’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바의연은 “국가가 가격을 통제하고 의료 서비스의 범위도 정하는 불합리하고 일방적인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건강보험은 의료공급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왜곡된 의료를 제공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며 “강제지정제와 강제가입제를 폐지하거나 민간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단체 계약 등의 계약제 원칙을 지키고, 필수보험과 선택 보험으로 보험을 분리하여 국민의 보험 선택권을 보장하는 조치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입법부’인 대한민국 국회 역시 자신의 지역구 및 특정 단체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묻지마 입법’으로 의료체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의료인면허박탈법을 꼽으며 지난 2020년 의료계의 단체행동에 대한 보복성 의혹 속에서 최초 발의됏으며, 수술실 CCTV법 또한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 대리수술 등 일부 의료기관의 문제를 전체로 일반화해 호도하면서 여론을 선동해 무리한 입법을 시도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의연은 “국회의원들의 무분별하고 부도덕한 입법 활동으로 인해 선량한 국민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상임위를 통과하지도 못하는 무리한 법안의 발의 횟수를 공개하고 페널티를 주어 국민이 심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와 같은 전문적인 지식과 특수 환경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입법 시에는 법안 발의 전 법률적인 검토만 할 것이 아니라 해당 전문가 집단에 의한 사전 검토를 의무화해 입법에 발생 할 수 있는 돌이킬 수 없는 국민적 피해와 사회적 낭비를 막아야 마땅할 것이다”라고 요구했다.

최근 판결을 통해 사법 정의를 실현해야 할 사법부 역시도 전문성은 배제하고 월권적인 판결 행태로 의료계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현실도 토로했다.

바의연은 “대법원의 판결이 우리 사회에서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그 판결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판결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파장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 전반의 판결들을 보면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며 “특히나 최근 의료와 관련된 재판에서의 판결을 보면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재판 시 판결에 신중을 기하면서도 전문성을 존중하고 특수한 상황에 대한 고려가 있어왔던 과거 사법부의 모습과는 판이한 모습을 최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최근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과 뇌파기기 사용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이 의료 행위를 통한 진단과 치료라는 결과물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위해 여부를 판단해야 하나 법원이 이러한 특수성을 망각한 판결로 향후 사이비 의료 행위 노출로 국민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최근 의료행위 결과에 대한 환자 및 보호자의 소송과 고발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법원이 형사적으로 과실이 없다고 결론이 났음에도 배상 책임을 지우는 판결들이 속출하고, 의사의 고유한 영역인 의학적 판단에 의한 치료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그 결과가 나쁘면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죄를 뒤집어씌워 유죄 판결을 내리는 행태가 잦아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바의연은 법원이 장폐색 환자에 곧바로 수술하지 않고 보존적 요법을 우선 시행한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사건에 대해 “의료 행위는 고장난 물건을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가진 사람을 치료하는 행위이기에 100% 성공이라는 결과는 있을 수 없으며, 그 누구도 예후와 결과를 단정 지을 수 없다. 불확실성을 가지고 질병을 가진 환자를 회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의료임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적으로 처벌하고 민사적으로 과도한 배상 책임을 내리는 것은, 그러한 결과가 예측이 된다면 의료 행위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판결 행태가 지속되면, 결국 우리가 흔히 필수의료 분야라고 말하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분야에서 일할 의료인은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을 사법부가 부채질했다는 사실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의학이라는 분야는 매일 수많은 논문이 발표되고 있고, 신기술이 쏟아지고 있으며 신약과 치료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분야이므로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또한 환자는 인간이라는 생명체이자 유기체이므로 환자의 치료결과가 단순히 기계적으로 원인과 결과를 단정지을 수 없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의에 의한 중과실이 아니라면 행위의 결과만 가지고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비윤리적인 의료행위에 대히서는 무조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보다는 전문가 단체가 자체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려 징계하고 재발 방지를 도모할 수 있도록 자체 징계권을 부여하는 방향이 합당하다고 판단한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