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종사자들의 번아웃, 극단선택률도 32% 가까이 높아... 방지 대책 절실

- 美뉴욕주정신의학연구소, 의료종사자 17만 6000명 대상 비의료종사자와 ‘번아웃’ 비교분석
- 의료지원인력>간호사>의료기사>의사 순으로 극단선택률 높아
- “근무시간 긴 의사들도 스트레스 요인 결코 간과하고 지내선 안 돼”

의료 분야는 사람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업종인 만큼 그에 대한 스트레스도 엄청난 분야이다. 때문에 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의사나 간호사, 의료종사자들이 상당수 있는데, 이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잘못된 선택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26일 미국 뉴욕주립정신의학연구소(NYPI, New York State Pshchiatric Institute)의 마크 올프슨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지역사회 조사 기반의 184만 2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인 ‘JAM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는 의료계 종사자 17만 6000여 명을 6개 그룹(의사, 간호사, 의료기사·응급구조사·간호조무사·안경사 등 테크니션, 치과의사·카이로프랙터·약사·영양사·언어치료사 등 기타 보건의료인, 의료지원인력, 의료사회복지사로 나눠 비의료 종사자 166만 6000여 명과 비교 분석했다.

추적 기간(2008년~2019년)동안 의료계 종사자가 총 200여 명, 비의료계종사자가 2500여 명 극단 선택했다. 수치로 나타내면 비의료계 종사자에 비해 의료종사자의 극단 선택 위험 비율이 약 32%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종사자 중에서도 10만 명 당 연간 극단선택률이 가장 높은 직역은 의료지원인력으로 21.4명에 이르렀다. 간호사가 16.0명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의료기사 등 테크니션이 15.6명, 의사가 13.1명, 의료사회복지사 10.1명, 기타보건의료인 7.6명이었다.

비의료계 종사자들의 평균치는 12.7명이었으며 6개의 의료계 종사 그룹 중 의료사회복지사와 기타 보건의료인을 제외한 의료지원인력, 간호사, 테크니션, 의사의 극단선택 위험은 상대적으로 비의료계보다 높았다. 또,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도 연령, 성별, 결혼 여부, 교육 등의 요인으로 따져봤을 때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비의료계 종사자의 요인 조정 극단선택 위험을 1이라고 가정했을 때 의료계 종사자의 극단선택 위험은 1.32었으며 의료지원 인력(1.81), 간호사(1.62), 테크니션(1.39) 그룹이 비의료계 종사자의 극단선택 위험을 훨씬 상회했다. 의사(1.11)와 의료사회복지사(1.14)도 비의료계 종사자보다 극단선택 위험이 더 높았다. 다만 치과의사 등 기타 보건의료인 그룹은 0.61을 나타내며 비의료종사자보다 위험도가 낮았다.

이에 연구진은 그동안 다른 전문가집단과 비교해 의료계 종사자의 자살이 과소 보고 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연구 책임자인 올프슨 박사는 미국의 의료전문지 ‘MedPage Today’를 통해 “정신 건강 문제와 위기를 겪는 의료종사자들을 찾아 치료 등을 통해 개선되도록 돕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전했다.

올프슨 박사는 다른 전문 직역에 비해 의사의 극단 선택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해서 무시할 수는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의사들이 직면하는 실질적인 스트레스 요인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들이 극단 선택까지 가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긴 근무시간과 번아웃을 꼽았다.

국내에서도 의사들의 열악한 환경 속에 번아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번아웃에 놓인 의사들은 ‘극단 선택’을 떠올리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고려대 의학교육학교실 공동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의대 교수 855명 중 34.1%가 감정적 피로도가 높아 번아웃 상태에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나아가 번아웃으로 인해 극단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교수가 8%에 이르렀으며 0.6%는 이미 극단 선택 시도를 했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단순히 교수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공의들도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스트레스 인지율이 2배 이상 높았고, 우울감 경험률은 3배 이상 높았다. 전공의 5명 중 1명은 자살을 떠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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