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묶인 채 사망한 33세 환자... 정신병원 인권침해 논란 재점화

유족 "극심한 복통 호소에도 격리·강박 후 방치"... 의료진 6명 형사고소
CCTV 중요 장면 삭제 의혹... 유족 "증거인멸" 주장에 병원 측 "변비 환자" 해명
전문가 "처벌 미약해 학대 반복"... 정신병원 인권 실태 전면 조사 촉구

춘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장시간 격리·강박 후 환자 사망 사건이 보도된 이후, 보건복지부가 '정신병원 격리·강박 실태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또 다른 정신병원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 지난 5월27일 부천ㄷ병원에서 피해자 박씨가 복통을 호소하며 문을 두드리자 보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들어와 약을 먹인 뒤 침대에 묶는 모습. CCTV 영상 갈무리

경기도 부천시의 ㄷ병원에서 지난 5월 27일, 33세 박아무개씨가 입원 17일 만에 사망했다. 박씨는 다이어트 약 중독 치료를 위해 5월 10일 입원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추정 사인은 가성 장폐색으로 밝혀졌다.

유족이 공개한 CCTV 영상에 따르면, 사망 전날 박씨는 격리실에서 극심한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의료진은 안정제를 투여하고 5포인트 강박(손, 발, 가슴을 침대에 묶음) 조치를 취했다. 이후 박씨의 상태가 악화되어 코피를 흘리고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음에도 의료진은 강박을 풀어주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족은 병원 측이 박씨의 상태 악화를 방치했다고 주장하며, 병원장을 포함한 의사 3명과 간호사 3명을 유기치사죄로 형사고소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특히 유족은 CCTV 영상 중 사망 당일 새벽 3시 1분부터 41분 사이의 중요한 부분이 삭제되었다고 주장하며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만성 변비 환자였고 복통 호소도 지속적이지 않아 장 폐색을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 '파도손'의 이정하 대표는 이번 사건이 춘천 ㅇ병원 사건과 유사하다고 지적하며, "진상조사와 명확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앞으로 정신병원에서 계속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춘천 ㅇ병원 사망 사건 피해자의 유족도 이번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두 사건 모두 환자의 기본적인 생리 현상에 따른 요청을 무시하고 방치한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학대가 반복되는 이유는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정신의료기관의 환자 관리 실태와 인권 보호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다시 한 번 제기하고 있다. 특히 환자의 호소를 무시하고 과도한 격리와 강박 조치를 취하는 관행, 그리고 응급 상황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 결과와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주목받고 있으며, 정신의료기관의 운영 방식과 환자 관리 지침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격리와 강박 조치의 적절성, 환자의 호소에 대한 의료진의 대응, 응급 상황 발생 시 대처 능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교육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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