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인력 대량 이탈... 상반기 교수 223명·전공의 92% 현장 떠나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15% 사직... 강원대병원 전년 대비 150% 증가
기피과목 사직률 더 심각, 방사선종양학과 75%, 흉부외과 62.6% 떠나
김윤 의원 "필수의료 공백 기정사실화... 정부, 즉각적 대책 마련해야"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병원의 인력 이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교수진과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은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의료 공백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윤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 상반기 국립대병원 교수 사직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에만 223명의 교수가 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전체 사직자 280명의 79.6%에 해당하는 수치로, 불과 6개월 만에 작년 한 해 동안의 사직자 수에 근접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교수 이탈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부 대학병원의 경우, 올해 상반기 사직자 수가 이미 작년 전체 사직자 수를 초과했다. 강원대병원은 올해 상반기에만 18명의 교수가 사직해 작년 전체 사직자 12명의 150%를 기록했으며, 이는 국립대병원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세종충남대병원과 창원경상대병원도 각각 125%, 110%의 증가율을 보여, 교수 이탈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병원별로 살펴보면, 분당서울대병원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전체 교수 428명 중 15.2%에 해당하는 65명이 올해 상반기에 사직했다. 이어서 전남대병원 24명(4.9%), 서울대병원 23명(3.3%), 경북대병원 21명(4.5%) 순으로 나타났다.

교수진의 이탈과 더불어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 거부도 심각한 수준이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8월 18일 기준으로 인턴과 레지던트 전체 임용대상자 1만3,531명 중 91.5%인 1만2,380명이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56.5%는 명확히 사직 의사를 밝혔고, 34.9%는 복귀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은 보류 상태다.

특히 기피과목으로 분류되는 과의 사직률이 높게 나타났다. 방사선종양학과가 75%로 가장 높았고, 이어 흉부외과 62.6%, 산부인과 61.2%, 소아청소년과 59.7% 순이었다.

김윤 의원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중환자·응급환자·희귀질환자를 비롯한 필수의료 환자들의 의료공백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라고 평가하며, 정부의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의료진의 단순한 복귀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의원은 필수의료 인력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필수의료를 선택하면 워라밸과 적절한 보상이 보장되고 의료사고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의료현장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정부가 하루빨리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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