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의료기기업체 등이 경제적 이익 제공... 한 제약사 70억원 리베이트로 2000여 의사 연루
국세청, 16개 제약사와 다수 병·의원 세무조사 착수... "조세범칙 행위 적발 시 형사고발" 경고
의료계 "수가 현실화 없인 근본 해결 어려워"... 윤리의식 제고와 시스템 개선 필요성 제기
의료계를 뒤흔드는 대규모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불법 리베이트 혐의자가 276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당국은 수사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했으며, 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리베이트 제공자와 수수자에 대한 행정처분을 결정할 예정이다.
불법 리베이트 사건은 총 7건으로 집계됐다. 리베이트를 받은 2763명 중 압도적 다수인 2758명이 의사였으며, 나머지 5명은 약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주체는 제약회사, 의료기기 업체, 도매상,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 의약품 판매대행사) 등 다양했다.
전체 리베이트 규모는 100억2700만원에 달했다. 특히 한 제약회사가 단독으로 70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사건에만 2000여 명의 의사가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 앞으로 리베이트 연루 의료인의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달 25일부터 제약회사 16곳과 다수의 병·의원 및 의사들을 대상으로 불법 리베이트 관련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세청의 조사 결과, 리베이트 제공 방식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례를 보면, 병원장의 배우자나 자녀를 주주로 등재한 뒤 배당금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지급하거나, CSO를 통해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수법이 사용되고 있었다. 심지어 제약회사 전직 직원의 가족 명의로 위장 CSO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허위 용역비를 지급하는 등 더욱 지능화된 방식도 발견됐다.
이에 국세청은 "조세범칙 행위가 적발될 경우 검찰에 고발하여 형사처벌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리베이트 수수 관행에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더욱 강도 높은 조사와 처벌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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