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환자 퇴원 후 사망... '4억 손배소' 법원 "전공의 과실 없어"

응급실 진료 후 퇴원한 환자, 익일 뇌출혈로 사망... 유가족 "협진 안 한 것이 과실"
재판부 "당시 검사결과 정상... 신경외과 협진해도 결과 달라지지 않았을 것"
의료계 "응급실 진료 판단 기준 제시"... 환자 측 "의료진 책임 너무 가벼워" 논란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환자 사망 사건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최근 마무리되었다. 대구지방법원은 환자 유가족이 대학병원 소속 전공의와 전문의, 그리고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약 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사건의 경위를 살펴보면, 2020년 8월 2일 새벽, 환자 A씨가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B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당시 응급실에서 근무 중이던 전공의 C씨는 A씨에 대해 두부 MRI, CT, MRA 등 종합적인 영상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C씨는 A씨의 상태를 응급성 고혈압증으로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제를 처방했다.

치료 후 A씨의 혈압이 정상 수준으로 호전되자, C씨는 A씨에게 퇴원을 권고했다. 이때 C씨는 의무기록에 퇴원 후 심장내과와 신경과 외래 진료를 받도록 지시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A씨는 퇴원 다음날 오전 심정지 상태로 다시 B병원에 이송되었고, 약 2주간의 중환자실 치료 끝에 자발성 지주막하출혈로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유가족은 전공의 C씨가 초기 진료 시 뇌혈관질환을 의심하고 신경외과 등 관련 전문의와 협진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C씨의 판단을 최종 승인한 응급의료센터장 D씨와 병원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총 3억9,006만2,708원의 손해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진과 병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전공의 C씨의 판단이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첫째, 당시 실시한 검사 결과에서 뇌출혈의 징후나 이를 예상할 수 있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둘째, 지주막하출혈은 환자가 응급실을 퇴원한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셋째, 환자의 경과와 검사 결과를 고려할 때, 신경외과 전문의와의 협진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진료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은 매우 낮았을 것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또한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의 의견을 인용하여, 환자의 뇌기저동맥 박리 판독 결과가 환자 사망 이후에야 나왔다는 점과, 당시 상황에서는 응급실에서 다른 과와의 협진이나 혈압 조절 외에 추가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재판부는 전공의 C씨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C씨가 환자의 증상과 생체 징후가 호전된 것을 확인한 후 퇴원을 결정했고, 퇴원 후 신경과와 심혈관내과 외래 진료를 받도록 지시했으며, 혹시 모를 지연성 뇌출혈을 감별하기 위해 추가 뇌 CT 촬영까지 실시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유가족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C씨가 응급실 퇴실 기록에 고혈압성 위기에 대한 설명과 교육, 그리고 응급 증상 발생 시 재내원 지시 등을 기록한 점을 근거로, 적절한 설명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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