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법원, 원심 판결 뒤집고 의료기관 책임 인정
환자 B씨, 마미증후군 발생 이유로 A의료법인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의료진의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 인정…2억 원대 배상 판결
의료진의 부주의로 인해 환자가 마미증후군을 얻게 되면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항소심 법원이 의료기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청주 대전고등법원 재판부는 최근 A의료법인을 상대로 환자 B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에서 기각된 B씨의 청구를 인정하고 A의료법인이 B씨에게 2억3,169만5,275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B씨는 지난 2020년 3월 A의료법인 산하 C병원에서 추간판탈출증과 디스크 돌출로 인해 경피적 내시경 신경성형술을 받았다. 그러나 시술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었고, 좌측 족하수 증상이 발생했다. B씨는 추간판 제거술을 권한 의료진에게 재활치료를 우선하겠다고 요청했고, 의료진은 보존적 치료를 진행했으나 약 일주일 후 MRI 검사에서 상태가 악화된 것을 확인하고 척추후궁절제술과 추간판절제술을 시행했다.
그 후 일주일 뒤, C병원 의료진은 MRI 검사에서 디스크 제거 부위에 혈종이 형성된 것을 발견했지만, 일단 증상 호전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나 하루 뒤 혈종 제거술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B씨의 족하수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여 마미증후군 진단을 받게 되었다.
B씨는 C병원 의료진이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고 치료를 지연한 탓에 마미증후군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C병원 운영자인 A의료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4억4,749만7,461원과 지연이자 지급을 요구했다.
2023년 3월 9일 원심(1심)인 제천지원 청주지방법원 재판부는 B씨의 청구에 이유가 없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원심 법원는 C병원 의료진이 시술 및 수술 과정에서 과실을 저질렀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며,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마미증후군이 발생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설명의무 위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의료진의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이 모두 인정되었다.
항소심 법원는 "B씨가 좌측 요추 제4, 5번의 미세 현미경 디스크 제거술 권유를 받았고, 시술 후 통증이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의료진은 처음부터 추간판절제술을 선택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C병원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 경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통증 감소만을 목적으로 보존적 치료를 권유하고 시행함으로써 진료상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시술 후 발생한 좌측 족하수 증상은 추간판탈출증 악화로 인한 가능성이 크며, 따라서 의료진은 즉각적인 신경 감압을 시행하지 않으면 마미증후군 등 심각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환자의 기존 질환이 마미증후군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의료진은 시술 후 좌측 족하수 증상의 원인을 밝혀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며 "마미증후군 발생과 C병원 의료진의 치료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면서 설명의무 위반 주장도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시술 전 의료진과 면담해 작성된 동의서에는 예상되는 위험이나 합병증으로 마미증후군, 혈종, 족하수 증상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추간판탈출증이 이미 3단계에 이른 경우 보존적 치료보다 수술적 치료가 적합하다거나, 시술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위자료 3,000만 원을 포함해 총 2억3,169만5,275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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