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조차 지원자 없어…전공의 수급에 큰 난항 예상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복귀 의지 꺾어…의료계 반발
국시 지원율 저조, 인턴·레지던트 모집 정원 충족 어려울 듯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전공의 모집에 제동을 걸으며, 전공의 지원율이 전례 없는 저조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의정 사태로 인해 수련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10개월째 돌아오지 않는 가운데 정부는 예정대로 전공의 모집을 시작했지만, 첫날 대부분의 수련병원에서 지원자는 없었다. 의정 현장 정상화를 기대했던 시점에서 나타난 이러한 상황은 전공의 수급에 큰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지난 2일 '2025년도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임용시험 시행계획'을 공지하며 상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작했다.
레지던트 1년 차는 4일부터 9일까지 수련기관별 원서 접수를 진행하고, 필기시험은 15일에 치러지며, 이어 17~18일 면접을 보고 19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그러나 모집 첫날 전국 수련병원 대부분에서 지원자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젊은 의사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빅5' 병원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에서 모집한 레지던트 1년 차 자리에 대한 지원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모집 첫날 오후까지도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이에 대한 병원 관계자들의 기대도 낮았다.
A대학병원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지원자는 물론 문의 전화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모집 마지막 날이 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지방 소재 B대학병원의 관계자 역시 "첫날이기 때문에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특별히 기대할 만한 조짐은 없다"고 언급했다.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의 저조한 지원율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인턴을 마친 후 레지던트 1년 차로 지원할 수 있는 상황에서 현재 211개 수련병원의 인턴 3068명 중 정상 출근하고 있는 인턴은 단 102명에 불과한 상태다.
또한, 내년 1월에 치러질 국시 필기시험 응시자는 304명으로 예년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쳐 모집 정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 모집 하루 전날 갑작스럽게 선포한 비상계엄은 전공의 지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계엄사령부는 "전공의를 포함한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계엄법에 따라 처단한다"는 내용을 포고령에 포함했다.
사직한 전공의들이 처단 대상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상당수의 전공의들은 자신이 복귀 대상인지조차 명확히 알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했고, 이러한 상황은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을 더욱 줄였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 복귀를 계엄으로 해결하겠다는 접근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며, "정부의 포고령이 전공의들의 복귀 의지를 꺾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상계엄 해제 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태에 참담함을 느낀다. 독재는 이제 그만두고 물러나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레지던트 임용 전형이 종료된 후 진행되는 인턴 모집 역시 상황이 암울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월 22일과 23일 양일간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24일부터 27일 면접을 거쳐 31일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나, 현재 전반적인 지원 상황을 고려할 때 인턴 모집에서도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전공의 모집 상황과 관련하여 정부의 기조 변화 없이 현 상황에서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다고 지적하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변화나 개선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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