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퇴임 전 마지막 사면권 행사?...사면 대상에 쏟아지는 관심

- 국민의힘 측은 사면 대상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 등이 거론되자 즉각 중단하라며 반발
- 종교계와 시민사회, 재계 등 사회 각계에서 사면 요구 이어져

퇴임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 재계 등 사회 각계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여권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에 대한 사면요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퇴임 전날인 부처님오신날(5월 8일)을 계기로 한 전격 사면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청와대는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며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이명박씨, 김경수 전 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교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을, 경제5단체를 비롯한 재계는 ‘경제위기 극복’을 내세워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을 사면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사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견은 확고하다. 임기 내 특별사면에 대한 요구가 있을 때마다 “국민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 해도 사법정의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결론 내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마지막 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각계의 사면 요청이 있는 게 사실이나 국민 지지와 공감대가 우리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 말했다.

이번 사면의 핵심은 MB가 포함될지 여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하면서 MB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청와대는 당시 MB의 사면 제외와 관련 ‘국민적 공감대’를 이유로 들며 “박 전 대통령과 MB는 경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면 결정을 앞두고도 재차 국민적 동의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주변에선 사면 결정의 핵심 변수로 김경수 전 지사의 거취를 꼽는 이가 많다.

여권 측에서는 “문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사면해주고 싶은 생각이 있겠지만, 임기 말 정치적 무리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그를 사면하는 것이 향후 정치활동 재개에 도움이 될지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이 2019년말 이광재 의원의 복권을 결정한 것도 10년 가까이 피선거권 박탈로 야인(野人) 생활을 하면서 사면에 대한 국민적 동의 여론이 생겼다고 판단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광재 의원은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 2011년 1월 대법원의 유죄 판결로 강원지사에서 물러난 뒤 10년간 피선거권 제한을 받았다. 그러나 2019년 12월 문 대통령의 복권 결정 이후 2020년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원주갑)에 당선되며 정치 재기에 성공한 바 있다.

김 전 지사의 경우 사면되지 않을 경우 내년 5월까지 수감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출소 이후에도 2028년 5월까지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여권의 핵심 인사는 “만약 문 대통령이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을 최종 결정할 경우 MB를 포함한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배려한 사면이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로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을 하지 않기로 할 경우 아예 사면 자체를 하지 않거나, 김 전 지사를 제외한 MB 등 다른 정치인에 대한 사면만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과 극소수만 논의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사면과 관련해선 아직 참모 차원의 공개적 논의가 이뤄질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도 기자들에게 MB와 김 전 지사,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문 대통령에게) 특정인과 관련된 (사면 관련) 지침을 받은 바도 검토한 바도 없다”며 문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편, 국민의힘 측은 이번 사면 대상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등이 거론되자 "즉각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27일 '민주당은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명분 없는 특별사면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박 대변인은 "민주당 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정경심 전 교수와 김경수 전 지사를 특별사면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부회장 특별사면을 빌미로 민주당 핵심 인사들까지 특별사면 해야 한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사면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국민의 지지나 공감대가 판단 기준'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면서 "대법원 판결문의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시점에서 정 전 교수의 특별사면을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드루킹 몸통으로 지목돼 대법원 만장일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 전 지사는 두말 할 필요조차 없다"며 "이미 특별사면된 전직 대통령과의 일관성 측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이미 5년간 복역하여 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이 모아진 이 전 대통령과는 사안 자체가 다르다"며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은 정 전 교수, 김 전 기사의 사면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마음의 빚' 운운하며 경거망동하기에 앞서 조국 사태 이후 아물지 못한 국민적 상처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라며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사면 건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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