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영국 방문 첫날 윤석열 대통령이 웨스트민스터 홀에 마련된 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외교부와 의전비서실의 실무적인 책임이 크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프랑스에 머무는 탁 전 비서관은 20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갖고 이를 통해 “외교 경험이 일천한 대통령을 그냥 그 자리에 던져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조문외교’ 소홀에 대한 우리 정부 기관들의 대응 미숙을 지적했다.
그는 영국 측에서 교통 혼잡 때문에 여왕의 관이 모셔진 웨스트민스터 홀로 오시지 말라고 했다는 우리 정부 측의 입장에 “영국의 일하는 방식이 특이하다. 사전에 토씨 하나까지 다 알려준다. 그리고 그대로 진행된다” 면서 “즉 글자 한 자까지 다 적어서 어떻게 어디서 몇 시에 이동을 하는지까지 아주 디테일하게 사전에 인폼(정보제공)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 영국 쪽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미루어 짐작건대 영국 측에서 그렇게 불분명하게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또 하나, 만약 시간을 못 맞출 것 같았으면 조문이 가장 중점인 외교 일정이니 더 일찍 갔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민항기를 타고 가시는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비행기 시간을 늦출 수도, 당길 수도 있다. 그러면 초 단위, 분 단위로 일정을 짤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 배분을 통해 움직였으면 됐는데 그걸 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탁 전 비서관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 영국의 외교대사 자리가 공석이다. 그리고 외교부 장관도 대통령을 수행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다. 거기에 외교 경험이 일천한 대통령을 그냥 그 자리에 던져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확히 누구의 책임 소재냐는 질문에 탁 전 비서관은 “기본적으로는 외교부와 의전비서실의 실무적인 책임이 있으며, 현장에서 뭔가 그 상황을 타개할 만한 센스를 발휘하지 못한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의견을 내비쳤다.
경호차량이나 인력 제공 면에서 봤을 때는 다른 나라보다 더 예우받았다는 질문에 "저는 그거 되게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영국이 결례한 게 아니다. 우리가 결례한 것"이라며 "변수들은 우리가 챙겨가야 한다. 영국은 이미 사전에 충분한 인폼을 우리한테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두 나라가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영국 글래스고우에서 cop26이라는 행사도 했었다. 그때도 수백 명의 정상이 왔다 영국이 그런 행사를 할 때 하는 기본적인 친구들의 업무 틀이라는 게 있고 한국을 굳이 무시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영국이 왜 자꾸 결례를 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결례는 우리가 한 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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