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이어 중소기업도 주 4일제 속속 도입
- 전문가들 “업체 규모와 업종에 따라 특성이 달라 법적 규제보다는 자율에 맡겨야”
영국의 화장품 제조업체 ‘다섯 다람쥐(5 Squirrels)’의 CEO 게리 콘로이가 CNN을 통해 ‘주4일제’ 시행 후 달라진 사내 풍경을 “회사가 마치 독서실 같다. 임직원들이 고개를 숙인 채 업무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직원의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매일 오전, 오후 각각 두 시간씩 이메일과 전화, 사내 메시지 등에 응답하지 않아도 되는 ‘심층 업무시간’을 지정했다. 적은 시간 근무하지만 ‘진짜 해야하는 일’에 몰두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또 영국의 싱크탱크 ‘오토노미’ 등은 케임브릿지·옥스포드·미국보스턴 대학 연구지들과 함께 주4일 근무제에 관련한 실험을 하고 있는데 참가자의 90% 가까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은행과 투자회사, 병원, 음식점 등 영국 내 70여 개의 기업들은 6~12월 월급 삭감 없이 주 4일제 실험에 3,3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실험 중반을 넘어선 지금 41개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전체 응답자의 88%가 주4일제가 효율적으로 잘 돌아간다고 답했다. 12월 실험 종료 이후에도 이 제도를 유지하도록 고려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86%에 이르렀다.
근무일수 단축이 얼마나 잘 이뤄졌는지에 대한 응답도 1점(매우 순조로움)에서 5점(순조롭지 못함)사이 척도로 평가한 결과 1·2점으로 평가한 응답자도 78%를 차지했다. 반면 실험기간 업무의 생산성이 유의미한 수치로 올랐다고 응답한 기업은 15%에 불과했다. 34%는 약간 생산성이 올랐다고 답했으며, 46%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인터넷 전문은행인 아톰은행이 주4일제를 6개월 넘게 진행한 결과 직원 만족도가 높고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사내조사에서 직원의 91%가 5일 동안 할 일을 4일 안에 수행할 수 있다고 답했고, 92%는 사흘간의 주말을 보내기 위해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줬다고 답했다.
아톰은행은 주 4일제 도입 후 은행의 입사 지원자가 1년 전에 비해 49% 급증하고, 직원들의 퇴사와 병가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한 직원은 "4일제는 내 삶뿐 아니라 반려견의 삶도 바꿔놨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잉글랜드 리즈지역의 한 마케팅 기업 대표 클레어 대니얼스는 처음에는 주4일제에 회의적이었으나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이를 "굉장히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주4일제에 맞춰 미팅이나 출장 등 한 주의 20%를 차지했던 불필요한 업무를 줄였고 이를 통해 직원이 더 효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대니얼스는 실험 초기 몇 달 동안 매출도 이전 대비 44% 올랐다며 12월 이후에도 주4일제를 연장할 것이라고 한다.
이 실험을 기획한 오토노미의 공동 대표 카일 루이스는 "긍정적인 피드백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이번 실험을 통해 다른 기업의 주4일제 도입을 고려하게 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 등 이미 주4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토노미는 "지난달까지 공공부문 근로자 2500명을 상대로 주 36시간 근무를 시행한 아이슬란드 근로자 삶의 질이 여러 방면에서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영국 외에도 스페인은 주4일제를 시범운영 중입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도 주4일제를 속속 도입하는 추세이다. 이에 최근 국내에서도 주4일제 관련 논의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2030세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근로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단축 근무'가 일터에 속속 스며들고 있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 카카오게임즈, SK텔레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4일제가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휴넷 등 중소기업에서도 주4일제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주 4일제를 채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핵심 인재 영입을 위해 휴무를 늘리고 탄력적 근무시간을 적용하는 등 사내 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로 비대면 근무가 활성화하면서 '근무시간 = 생산성'이라는 인식도 옅어지고 있는 것도 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908시간에 달한다. OECD 38개국 평균 노동시간은 1,687시간이며, 한국은 3번째로 많은 시간을 일하는 나라로 꼽히지만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1.7달러로, 27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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