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은 현실주의자였을 뿐?” 공무원 교육 자료 ‘친일 미화’

- 김한규,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 자료 분석
- 통일부, “교재 전반 수정 필요성 검토 중”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매년 이수하고 있는 통일교육 자료에 식민사관을 옹호하고 친일파를 미화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제작한 '역사에서 배우는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제목의 영상 교육자료에 사실과 다르고 부적절한 내용이 상당한 분량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 출처 : 김한규 의원실

해당 자료를 보면 가상대화 형식으로 제작된 영상에 등장한 이완용은 "일본이 한국을 장악하는 것은 이순신 장군이 살아와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최대한 나은 조건으로 합병이 이뤄지도록 한 것"이라고 말한다.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고 칭한 그는 "이왕 매를 맞을 거라면 조금 덜 아프게 맞는 게 낫지 않나"며 "그러지 않았으면 장담컨대 전쟁이 나고 나라는 나라대로 잃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한일합병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이자 일제의 침탈이 불가피했다는 식민사관 논리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자료에는 독립운동가인 신채호의 가상대화도 등장한다. 신채호는 이 대화에서 "모두가 이완용 같은 현실주의자였다면 우리는 아직도 일본의 식민지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 의원은 이를 두고 "마치 신채호 선생이 이완용을 현실주의자로 인정하는 듯한 내용"이라며 "현실주의는 일제강점기를 옹호하는 주된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이 들어야 하는 교육자료에서 친일파 논리를 소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깊은 상처와 아픔을 초래한 한일 합병이 정당했다는 논리, 친일 행위를 미화하는 논리를 굳이 가상 대화로 소개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통일교육 자료는 구한말이라는 역사적 시기에 활동했던 인물들의 가상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주는 함의를 생각해보기 위해 2020년 만들어졌다. 자료의 해당 부분은 전봉준, 이완용, 신채호, 유관순 등의 인물이 차례로 등장해 당시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서 우리의 대응 관련 자신의 선택과 입장을 가상으로 소개하는 전체 교육자료의 일부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 통일교육 교재 전반에 대해 수정 필요성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해당 부분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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