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반환 결정 하루만에 ‘곰이·송강’ 풍산개 2마리 정부에 인도

- 文 측 “위탁은 쌍방 선의에 기초, 정부가 싫으면 위탁 언제든 그만두면 돼”, “쿨하게 처리하면 그만”
- 대통령실 "개정안 협의 중... 못 기다리고 반환 전적으로 文 측 책임"
- 병원에서 검진 뒤 어디로 갈 지는 아직 ‘미정’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 8일 정부에 인도됐다. 시행령 개정 지연을 이유로 국가에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이다.


▲ 제공 : 청와대

문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오후 대구 경북대병원 동물병원에서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측과 만나 풍산개 곰이와 송강 2마리를 인수인계했다. 곰이와 송강은 해당 병원에서 검진받은 뒤 다른 위탁 기관으로 보내질 전망이다.

대통령기록물법상 국가원수 자격으로 받은 풍산개는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된다. 기록물 관리 권한이 이동하면 기록물 상태를 점검하듯 풍산개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시킨 것이다. 개들은 건강 상태 점검이 끝난 뒤 대통령기록관이 정한 위탁 기관에서 지내게 된다. 다만 어디에서 지내게 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대통령들이 재임 기간 선물로 받은 동물은 대부분 서울대공원에서 위탁 관리해왔던 만큼 곰이와 송강 역시 이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북한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받은 시베리아 호랑이는 서울대공원으로 이관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으로부터 받은 판다는 에버랜드로 옮겨졌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김 위원장에게 선물 받아 키우던 풍산개 3마리를 퇴임 후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위탁받아 경남 양산 사저에서 길러 왔다. 그러다 평산마을 비서실은 7일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기록물 관리 위탁은 쌍방의 선의에 기초하므로 정부 측이 싫거나 더 나은 관리방안을 마련하면 언제든지 위탁을 그만두면 된다. 쿨하게 처리하면 그만”이라면서 반환 결정을 밝혔다.

반환 결정 배경에는 월 250만원 상당의 풍산개 ‘양육비’ 문제가 있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법령 개정을 통해 양육비를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겠다고 한 정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기록관 소관으로 관련 부처가 협의 중에 있을 뿐, 시행령 개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다”라며 “시행령 입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것은 전적으로 문 전 대통령 측 판단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곰이가 낳은 새끼인 ‘다운이’는 당분간 문 전 대통령 경남 사저에 머무를 예정이다. 곰이와 송강의 거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이 퇴임하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은 동식물을 관리·사육할 시설을 갖추지 않은 데다 동물복지까지 고려해 지난 5월 9일 문 전 대통령에게 풍산개를 맡기는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사육 및 관리에 필요한 물품 및 비용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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