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에 철저히 유린당한 서울 방공망 문제점이 무엇일까?

- 김포방면 MDL 넘어온 무인기 1대, 서울 입성 뒤 북한으로 돌아가
- 5대 중 1대도 격추 못한 軍, 맹렬한 여론 비판 직면
- 작전 교리와 전력도입은 전략기획 따르는데, 제때 못 발전한 軍

북한에서 보낸 무인기 5대에 군 방공망이 무력화되며 수도 서울까지 위협받았다. 26일 오전 10시 25분쯤부터 군사분계선(MDL) 남쪽으로 넘어온 북한의 무인기들에 대한 군의 격추 고심 속에 약 5시간 동안 강화도와 경기도 북부, 서울 북부 상공까지 휘젓고 다니다가 4대는 감시자산에서 소실됐고, 1대는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최종 확인 됐다.


▲ 출처 : 연합뉴스

군 당국은 해당 지역이 인구밀집지역인 도심이었기 때문에 민간 피해를 우려, 쉽사리 격추하지 못했다는 설명이지만 반나절이나 무인기에 영공침범을 허용하고, 무인기가 단순 정찰 목적인지 인명 살상 목적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 대도 격추시키지 못한 점에 대해 여론의 혹독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이유를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합동참모본부 이승오 작전부장(육군소장)은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리 군은 오늘 오전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을 포착하여 대응하였으며, 이는 북한이 우리 영공을 침범한 명백한 도발행위"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무인기는 (날개 폭) 2m 이하 소형 무인기로, 이 중 1대는 수도권 북부 지역까지, 나머지 4대는 강화도 일대에서 비행했으며 우리 군은 자위권 차원에서 즉각 대응하였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수도권 북부 지역'까지 들어왔다는 무인기 1대가 바로 맨 처음에 한강 하구를 따라 들어온 그 무인기로, 실제론 서울 북부 지역 상공까지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이 무인기의 모습을 광학장비로 포착했고, 글라이더와 비슷한 형태라고 설명했지만 언론에 공개하진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이 무인기는 MDL을 다시 넘어 북한으로 돌아갔다.

강화도 일대를 휘젓고 다닌 나머지 4대도 우리 감시자산에서 사라졌다. 추락하거나 북한으로 돌아갔을 가능성 둘 다 있지만 일단은 어디에 있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이 부장은 "우리 군은 최초 미상항적을 김포 전방 군사분계선 이북에서부터 포착한 후 절차에 따라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하였고, 항적 추적·격추자산을 운용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하였다"고 밝혔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문제는 대응하긴 했는데 격추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합참 관계자는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격추시키지 못했다"며 "해당 지역이 민가가 있고 도심 지역에도 해당하다 보니,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민 피해를 고려해서 그 지역에서 사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무인기가 영공을 휘젓는 사이 다섯 대 중 한 대도 격추시키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몇 시간 동안 무인기가 영공을 휘젓고 다니는 동안 군이 한 일은 사실상 경고방송과 사격이 전부였다.

합참 관계자는 "무인기를 운용하면 보통 이를 조종하는 인원이 인근의 발진기지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방송을 하고 그 근처 지상에 경고사격을 하면 메시지가 전달된다. 2016년 1월엔 실제로 그렇게 해서 무인기가 돌아갔던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군이 격추 시도를 아예 안 하진 않았다. 강화도 서쪽에 위치한, 인구밀집지역은 아닌 교동도 서쪽에서 공격헬기에 달린 20mm 기관포 100여발로 격파를 위한 사격을 하긴 했다. 하지만 이는 레이더에 포착된 물체에 일단 사격을 가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무인기가 격추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민간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군은 설명했지만 그간 ‘확고한 대비태세’를 자부했던 만큼 이번에 무인기 한 대도 격추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접경지역의 특성상 무인기가 MDL 근처로 비행하고 있을 때 애매한 사격은 또다른 도발로 곧장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즉 기회가 보였을 때 곧바로 사격을 통해 도발의 여지를 주어서는 안 됐는데, 군이 그러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더욱이 수도권 밀집지역에서 방공작전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었던 군은 긴급재난문제와 같은 사회적 방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무인기에 대한 격추 자체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늘이라는 3차원 공간에서 벌어지는 방공작전은 당연히 표적 크기가 작을수록 대응하기가 어렵다. 군은 이번에 포착된 무인기가 날개 폭 2m 정도의 크기라고 설명했는데, 민간용 드론보다야 크지만 군용 무인기치고는 작은 크기다. 하지만 중동 지역, 우크라이나 등 최근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이런 무인기를 격추시킨 사례는 흔하다.

무인기에 대한 대응은 물리적으로 격추하는 하드킬(hard-kill)뿐만 아니라 비물리적인 수단, 즉 전자전으로 조종 신호를 교란하거나 레이저로 격추 또는 통제권을 뺏어 오는 소프트킬(soft-kill)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물론 소프트킬은 돈이 많이 들고 기술적 난이도도 높기 때문에 하드킬이 더 흔하다. 세계의 분쟁지역에선 이 둘 모두가 복합적으로 쓰이고 있다.

소프트킬을 당장 도입하기 어렵다면 하드킬 가운데서 기존의 기관총이나 기관포를 레이더에 연동하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로 운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미 육군의 야전 방공체계 중 가장 하위, 즉 드론을 잡는 BLADE가 이런 방식이다.

결국 문제는 어떤 위협이 다가올지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그에 따라 어떤 작전을 펼치고 어떤 장비를 도입해야 할지 제때 정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어떤 무기를 쓸지 결정하는 전력도입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어떤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지 다루는 전략기획을 기반으로 하며, 작전교리도 여기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북한 무인기가 처음 발견된 것이 2014년의 일인 것을 감안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허를 찔렸고, 대응도 깔끔하지 못했다"면서 "전방에서 수도권에 이르는 비행물체 탐지 및 대응 연계체제의 미숙, 현장 지휘관 재량권에 따른 조치 미흡, 무인기에 대한 GPS 재밍 등 대응수단의 확립 부실 등을 향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이번 작전 전반에 대한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27일 현장을 방문해 제반 사항을 점검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드론이라고 하기엔 작고 조악한 수준이라 정찰은커녕 테러도 힘들다"면서도 "향후 우리의 신경을 건드리고 대북정책에 대한 국내 여론 분열 유도 목적으로 북한이 향후에도 저런 재래식 도발을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획득 관련 법령을 바꾸고, 직접적인 위협은 비용 대 효과(를 따져서 국내개발)가 아니라 즉각 대응체계를 마련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며 "북한은 핵과 미사일뿐만 아니라 사이버·전자전, 군집(swarming)드론 등을 이용해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군 관계자도 이런 일이 이미 예견됐다며 "인공지능을 통해 군집된 것인지와 함께, 자체 제작인지 이란·중국·러시아 등 외국에서 도입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광학장비로 찍은 무인기 영상을 아예 우리가 선제적으로 공개, 위협을 정확히 인식하게 해서 북한이 다시는 이러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북한의 다음 행동은 더 강해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일단 합참은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조치로 유·무인 정찰자산을 군사분계선(MDL)에 가까운 지역과 그 북쪽으로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백두, 영상정보를 수집하는 금강 정찰기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찰기는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넘어온 거리만큼 MDL을 넘어가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정찰·작전활동을 실시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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