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반미?’ 이제 아니다, 진보 지지 절반 이상 “한미동맹 더 강화해야”

- 민주당 지지층 “미국 탈피해 자주외교 해야” 20%에 불과
- 국민 전체의 63.8% 한미동맹 강화 주문

‘진보는 반미, 보수는 친미’로 이분화되던 진영간의 대립구도가 이제는 옛말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절반 이상, 국민 전체로는 60% 이상이 ‘한미동맹 강화’를 요구했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수십년 째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에 대한 인식은 압도적으로 친미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출처 : 대통령실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신년여론조사에서 ‘향후 정부과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민주당 지지자의 50.6%가 ‘한미동맹 강화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반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주·독자외교를 해야한다’고 답한 비율은 20.6%에 그쳤다. ‘중립’은 28.3%였다.

한국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3년 10월 1일 상호방위조약에 서명하면서 맺어진 한미동맹은 올해로 7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장기간의 분단 체제에 있어 미국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많은 기여를 통해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나 자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우리의 이익과 배치되는 정책 결정을 내렸던 적도 분명 있었다. 이로 인해 ‘미국은 공산주의 위협 속에서 대한민국을 지켜준 고마운 나라’라고 생각하는 보수 진영과 ‘미국도 절대 선은 아니다’는 진보 진영이 대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대립구도가 끝난 것으로 드러났다. MZ세대의 대북·통일 관련 인식이 기성세대들과 달라지고,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위협·미사일 도발과 함께 최근에는 중국의 노골적인 위협까지 더해져 한미동맹의 가치가 진보 진영에서도 재평가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권에서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정의당 지지층에서는 더욱 이런 현상이 뚜렷했다. 52.4%에 이르는 지지자가 한미동맹 강화를 선호했다. 과거부터 한미동맹 강화를 외쳐왔던 국민의 힘 역시 동맹강화(85.4%)의 응답 비율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과거 조사와 비교하면 민주당 계열 지지층의 인식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조사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지지자의 44%가 ‘독자외교’를 선호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20%로 반토막도 되지 않았다. 이와 달리 ‘한미동맹 강화’는 2005년 26%에서 51%로 두배가까이 뛰었다.

세대별로 보아도 한미동맹 선호는 전 세대에 걸쳐 나타났다. 60세 이상이 73.8%로 가장 높았고, 30대 (66.6%), 20대(64.2%), 50대(55.9%), 40대(53.8%) 순이었다.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미국을 신뢰하는 파트너로 중요시하는 공감대가 전 국민에게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우리 국력이 성장해 이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대등하게 외교해야 한다’를 선호한 응답도 70%에 달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동맹 미국에 대한 과거의 맹목적인 신뢰라기보다는 점차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면서도 이익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