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환자 마약류 투약이력 조회 의무화’에 강한 우려

- 식약처 2023년 업무보고 통해 추진 계획 밝혀... “과잉·중복 입법 남용”
- “의사들 스스로도 마약류 투약·이력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의사의 환자 마약류 투약이력 조회 의무화’를 추진할 것을 밝히며 의료계가 강하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무조건적인 반대는 아니다. 의료계도 마약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처방 시 유의해야 한다는 것에는 분명 동의하고 의사들에 대해 투약 내역 확인까지 의무화하며 추가적인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것 자체는 입법 남용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는 지난 9일 “안전혁신으로 국민의 일상을 든든하게, 규제 혁신으로 식의약 산업을 단단하게”라는 핵심 목표를 바탕으로 8가지 주요 정책과제를 담은 ‘2023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8가지 주요 정책과제 중 두 번째에는 ‘예방·단속·재활까지 전주기 마약류 안전망 강화’가 제시됐다.

특히 식약처는 마약류 오남용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도록 하는 예방체계를 강화하겠다면서 “의사가 과다투약을 스스로 점검해 적정 처방을 할 수 있도록 처벌 통계 정보제공을 확대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환자 투약이력 조회의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마약 진통제, 프로포폴 등 오남용 우려 약물군부터 단계적 의무화 검토를 추진하겠다”는 구체적 추진 계획까지 제시했다.

이 밖에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처방·투약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불법·오남용 의심사례에 대한 불시 현장감시를 강화하고, ‘오남용 방지 조치기준(대상·용량·기간 등)’ 위반 적발 시 해당 의료용 마약류(효능군) 사용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의 이런 방침의 마약류 오남용 관리 정책 기조는 처벌의 강화에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식약처는 작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으로부터 “마약으로 인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함에도 주무부처로서 마약 관리 감독을 부실하게 하고 있다”는 질타를 연이어 받았던 바 있다.

이에 식약처는 ▼의사가 처방을 하며 DUR을 통해 마약류 투약이력 확인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과 의사 주민등록번호와 면허등록 정보 연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 국감에 이어 올해 업무보고에서도 다시 한번 마약류 관리 감독의 강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현재 국회에도 마약류 처방 시 ‘의료쇼핑방지정보망’을 통한 환자의 투약내역 확인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까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발의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 2018년 5월부터 ‘의료용 마약류 취급의무보고제도’가 시행돼 의료기관, 약국, 동물병원 등에서는 환자에게 조제, 투약하는 마약류 의약품 내역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식약처장에게 보고하고 있다.

여기에 의사가 환자의 마약류 투약 내역 확인까지 의무화하고 새로운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의료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좌훈정 서울특별시의사회 정책이사는 “현재도 의료법, 약사법, 마약류관리법 등을 통해 마약류 오남용에 대해 수많은 처벌 근거가 있는데, 여기에 또 다시 ‘옥상옥’으로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입법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좌 이사는 “의사들 스스로도 환자들의 마약류 투약·이력관리에 주의를 기울여 과도한 처벌 근거가 새롭게 마련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약처는 ‘예방·단속·재활까지 전주기 마약류 안전망 강화’ 이외에도 ▼디지털 기반 스마트 안전시스템 혁신으로 안전수준 도약 ▼사람 중심의 선제적 유해물질 위해평가 ▼사회적 가치를 담은 따뜻한 식의약 안전 구현 ▼첨단 바이오․디지털 혁신분야 맞춤형 규제체계 신속 구축 ▼디지털 기술에 특화된 관리체계 마련, 선제적 기준 제공으로 시장형성 지원 ▼기술개발을 제품화로 이어주는 가교로 혁신제품 출시 가속화▼수요자 중심 현장체감형 규제혁신 2.0 추진 ▼글로벌 시장 진입장벽을 넘어 해외 진출 촉진 등의 8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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