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주요 임원 속속 임명... 의사-한의사 공존 가능할까

- 의사출신 강중구 신임 심평원장 이어 2인자 기획이사 자리 임명도 주목
- 의사-한의사로 권력 양분 시 대립구도 없이 머리 맞댈 수 있을까

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 의사출신 강중의 신임 원장 임명을 시작으로 의료단체들의 요양급여비용 심사 및 적정성 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심평원의 주요 임원 빈자리가 속속 채워지는 모양새이다. 특히나 심평원 내부 살림을 총괄하는 기획이사 자리에 일찌감치 ‘한의사 출신’이 내정됐다는 하마평이 만연하면서 한의사와 의사로 심평원 내 권력이 양분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심평원에는 진료심사평가원장과 심사평가연구소를 제외하고 기획이사, 개발이사, 업무이사, 감사 등 4명의 핵심 임원이 있는데, 이 중 업무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김남희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 자리는 모두 공석인 상태이다.

기획이사는 지난해 7월 이후 공석으로 남아있으며, 상임감사 자리는 그보다 더 오래되어 지난해 4월부터 1년 가까이 함흥차사로 남아있다. 때문에 감사에 지원했던 인사가 심평원 기획이사에도 지원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유일하게 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 업무이사도 지난 1월 2년 임기가 종료됐지만 이사 자리가 모두 공석으로 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13일 보건복지부는 강중구 전 일산차병원장을 제 11대 심평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강 원장은 취임사에서 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역할 수행을 약속했다.

그는 “끝이 없는 듯 답답했던 코로나19가 비로소 막을 내리는 지금, 보건의료 전문기관으로서 국민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엄중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K-방역의 중심에서 종횡무진 활동했던 빛나는 성과를 뒤로하고 급변하고 있는 보건의료 환정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2년차를 맞아 정책목표 이행을 위한 강력한 국정과제 추진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필수의료 강화, 건전한 진료 유도,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심사평가체계 안정적 확립 등 다양한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심평원장이 임명되어 업무를 개시함에 따라 공석으로 남아있는 나머지 이사 자리도 빠르게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심평원 내부 살림을 총괄하는 기획이사와 내부 감시의 눈 역할을 수행하는 상임감사의 공모 자체는 심평원장보다 먼저 이뤄졌었다. 두 직책 모두 사실상 임명 절차만 남은 상황에서 새 원장 임명을 먼저 진행한 이유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계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사실상 기획이사와 상임감사 자리는 수개월 전부터 인사를 진행하고 남은 절차는 임명 뿐이지만 미뤄지고 있다. 심평원 기획이사는 조직, 예산, 인사, 자산관리 등 기획 경영에 관한 전체적인 업무뿐만 아니라 ICT 전략, 급여정보 분석, 빅데이터, 언론, 매체광고 등 홍보에 관한 업무까지 총괄한다.

지난해 11월, 기획이사 공모가 진행 중에 있고, 대한한의사협회 임원까지 지낸 인물이 사실상 내정됐다는 하마평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12월 강임감사 공모도 진행해 내정자가 확정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또 조만간 장용명 전 개발상임이사의 후임 선정을 위한 공모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초음파기기 사용 등으로 최근까지도 서로 으르렁거리는 의사와 한의사가 심평원에서 1인자인 심평원장과 2인자인 기획이사 자리를 나눠가지며 머리를 맞대고 심평원 조직 발전과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아니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나 심평원장과 기획이사는 각종 내외부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의견 통합을 이뤄야 하는 상황이 많다.

이 같은 상황에 의료계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의 추진 과정 속에서 자칫하면 심평원 내에서 의료계의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례로 당장 상반기에 한방물리치료 급여화가 논의 시작될텐데 한의사가 심평원 임원으로 있다면 편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실무는 기획이사 소견아 아닌 곳에서 하겠지만 결국 정책 결론에 따른 편향성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오해받을 상황이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의료계는 합리적인 급여 기준을 원하지만 현 정부 기조에 맞춰 재정 절감에만 초점을 맞추면 그게 올바른 의료제도로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전문적이고 객관적이면서도 독립적으로 심사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내부 상황에 대해 “의사와 한의사가 주요 임원 자리에서 공존하는 일이 전례 없는 일이긴 하지만 두 집단의 반대되는 입장들은 외부에서 보는 시각일 뿐 심평원 내부의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희망을 품으며 “심평원 주요 임원이 장기간 공백 상태가 이어진 것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인 만큼 원활한 업무 추진을 위해 인사를 최대한 빠르게 신속히 진행하는 것이 우선시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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