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인 “소프트웨어 제외하고 하드웨어만 검사... 사실·기록 간 모순”
- “전국적으로 탄원서 7,200부 제출... 소비자 대변하는 법으로 관련 법 개정해야”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인해 12살 손자를 잃어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첫 경찰 조사에 출석했다. 해당 사건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블랙박스 영상 등 급발진이 거의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며 큰 논란이 있었던 사건이다.
할머니 A(68)씨와 그의 아들, A씨의 변호와 급발진 사고 민사소송 법률 대리를 맞고 있는 법률사무소 나루의 하종선 변호사는 사고 이후 세 달여 만인 20일 오전 경찰 조사에 출석하기 위해 강릉 경찰서를 찾았다.
경찰 조사에 들어가기 전 하 변호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반드시 해야 할 스프트웨어 결함은 일체 분석하지 않고 하드웨어만 분석하는 부실 조사 끝에 할머니에게 누명을 싀우고 자동차 제조사에는 면죄부를 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급발진 사고는 자동차의 주 컴퓨터이자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의 결함에 의해서 발생하게 되는데 국과수는 관련 내용을 전혀 분석하지 않고, 사고기록장치(EDR)만 분석했다”며 “다시 소프트웨어 분석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ECU의 오작동으로 가속명령이 내려지게 되면 하부에 연결된 EDR에도 영향을 미쳐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더라도 ‘전혀 밟지 않은 것’이라고 기록이 잘못된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하 변호사는 사고로 차량이 멈추기 5초 전 차량의 속도가 110km인 상태에서 분당 회전수(RPM)가 5,500까지 오랐음에도 속도가 거의 증가하지 않은 사실과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국과수의 EDR 검사 결과가 모순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다.
또 정상적인 급가속과 급발진 시 엔진의 소리가 다르다는 자동차 학계의 논문, 미국에서 실시한 인체 공학적 분석에 의하면 가속 페달을 잘못 밟는 페달 오조작 사례는 7,000여 회 중 단 2회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변호인 의견서에 포함됐다.
이어 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특이점으로 사고 전 ‘전방 추돌 경고’가 울렸음에도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점도 지적하며 이를 검사하지 않은 국과수의 조사 결과는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A씨의 아들이자 손주의 아버지인 B씨는 “어머니가 다시 기억해내야 할 끔찍한 아픔과 기억, 고통의 아픔이 이번 조사 한 번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라며 “전국에서 보내온 처벌불원 탄원서 7,296부를 경찰에 함께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가 기존 사례들처럼 운전자 과실로 끝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머니는 죄가 없다는 것”이라며 “급발진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끊임없이 제조사와 싸우는 힘 없는 소비자들을 대변해 관련 법이 꼭 개정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A씨가 12살 손자를 태우고 운전한 SUV 차량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손자가 숨졌다. A씨도 크게 다쳤음에도 치사혐의로 형사 입건되고 급발진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정보들이 세간에 알려지며 큰 논란이 있었다. A씨 가족이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은 일주일 만에 청원동의인 5만 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한편, 급발진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피해자 측이 제조사 측의 제조 결함 및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때문에 현재까지 수 천건의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제조사 결함의 급발진으로 인정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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