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청과의사회 “소아진료만으로 병·의원 운영 못해... 어쩔 수 없는 선택”
- 개선의지 안 보이는 정부에 폐과 선언 번복 여지도 일축... “협의 시기 이미 늦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소아청소년과 폐과를 선언했다. 소아청소년 진료만으로는 병·의원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했고, 이 같은 사실을 정부 등 관련 부처에 지속적으로 호소했으나 이렇다할 대책이 없어 일반진료로 전환하겠다는 설명이다.
29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어 의사회 차원에서 현 소아청소년과 의원들의 일반 진료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내과·피부·미용·통증 등의 교육을 진행하는 트레이닝 센터를 의사회 차원에서 운영해 소청과 전문의들의 병·의원 과목 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청과의사회는 이 같은 사업과 폐과의 이유로 유명무실한 정부 대책을 꼽았다.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대책의 일환으로 소아의료체계확충안을 발표했는데 관련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비스·시설만 늘리는 식이어서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민·형사 면책이 없고 보상 역시 소청과 진료를 이어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의 경우, 중증소아 단기 입원 서비스 빼고 소청과 대책이라기 보단 소아재활의학과 대책으로, 이 역시 중요하지만 가장 큰 소청과에 대한 대책이라 보기 어렵다”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현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소청과 의사 인력 공백으로 시스템이 안 돌아가는 것인데, 엉뚱하게 시설확충을 해결책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또 “달빛어린이병원은 이미 6년간 시행해서 실패한 정책의 재탕에 확대 재생산일 뿐이고, 24시간 소아전문상담센터 시범사업의 경우, 질환 특성과 어려움을 무시한채 전화로 증상상담하고 처치 안내한다는 정신 나간 발상”이라며 “적정 의료인력 양성 지원은 아이들 생명을 위해 돈을 쓸 생각 없고, 의대정원을 늘리면 열악한 소청과라도 할 수 없이 전공하지 않겠냐는 정책을 포장지만 그럴 듯하게 감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의사회 커뮤니티 등을 통해 회원 여론조사를 한 결과 90%의 회원이 적극적·간접적으로 소청과 폐지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게다가 이미 수익성 문제로 인해 간판을 변경하거나 일반진료환자를 늘린 소청과 병·의원도 많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의 뜻에 따라 의사회 차원에서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임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를 지나오며 소아진료만으로 병·의원을 운영하기는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일반진료로 전환한 회원들이 많이 늘어났다”며 “우리는 이전부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몇 년 뒤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해왔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타의에 의해 폐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요양병원이나 내과·통증클리닉, 피부·미용 등으로 전환한 회원이 많다. 소아 진료를 유지한다고 해도 급여 진료는 접고 심리상담과 발달지연을 하는 상황”이라며 “폐과를 선언한 것은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폐과할 수밖에 없다는 회원들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소아청소년과 의원 대부분이 의사회 차원 지원을 통해 1년 안에 노키즈존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임 회장은 “일반진료로 전환한 회원들에게 물어보면, 모두가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일해왔는 줄 몰랐다’고 말한다. 그동안 정신적·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지금의 삶에 매우 만족한다는 반응이다”라며 “그동안 진료를 하면서 뺨을 맞기도 하고, 아이 귀를 파주다 피가 났다는 이유로 소송에 걸리기도 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소청과 의사를 하면서 아이들이 나이지고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도 보람차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우리가 아이들을 도저히 볼 수 없는 형편이기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노키즈 존에 해당하는 업무를 철저히 교육하는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면 회원들이 다른 과목의 환자들을 보는 일에 종사하기까지 약 1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회원이 이에 동의하고 있고, 못해도 절반 정도는 직접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정책을 개선할 시 폐과를 재논의할 의향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이미 협의할 시기가 지났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관련 회의를 진행해왔지만 정부가 진심으로 개선하고 싶은 의지가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임 회장은 “이미 너무 많이 왔고, 지금은 그 단계가 지났다. 그동안 정부와 회의만 100번을 했지만 매번 ‘충분히 고려하겠다, 반드시 바꾸겠다’는 말 밖에 돌아오지 않았다”며 “전 정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관심 갖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듯 했지만 실질적인 회의는 단 한 번뿐이었고 이마저도 면피용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개선의지가 있다면 아이들 문제만 전담하는 기구를 만들고, 시급히 소청과 입장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현장의 말을 듣지 않으니 이런 엉터리 대책만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각 지역 특성에 맞춘 대책을 만들고 이를 현장에서 잘 작동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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