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했다 살인 혐의로 고소당한 의사, 처벌 받을까

- 싸움 끝에 뇌사 빠진 피해자 연명의료 중단 결정으로 사망
- 뇌사에 빠트린 가해자, 의사 판단으로 인해 상해치상 → 상해치사죄로 처벌 받아
- 가해자, 해당 의사 3명 고소... 제2의 보라매 사건 될까

뇌사에 빠진 환자의 연명의료를 가족 동의를 얻어 중단한 의사 3명이 고소를 당하면서 의료계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의사를 고소한 사람은 연명의료결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3자’로 연명의료 대상이었던 환자를 때려 뇌사에 빠트린 가해자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60대인 A씨는 지난 2021년 3월 15일 같은 주거지에서 지내던 B씨와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었고, 격분한 A씨가 B씨의 목을 조르는 과정에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뇌사에 빠졌고, A씨는 현장에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뇌사에 빠진 B씨는 회복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연명치료 중단 대상이었고 첫째 아들은 이에 동의하고 교도소에 복역중이던 동생(둘째 아들)의 장애 진단서도 제출했다. B씨의 둘째 아들은 중증지체장애인이다. 이에 병원은 B씨에 대한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결국 사건 발생 5일만인 2021년 3월 20일 B씨가 사망했다.

그러자 A씨의 범죄 혐의는 기존 살인미수, 상해치상 혐의에서 상해치사로 변경되었고, A씨는 결국 지난해 1월 항소심해서 상해치사죄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며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그렇게 징역살이를 하던 A씨는 1년이 지난 올해 1월 병원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잘못 내려 자신이 상해치상이 아닌 상해치사죄로 처벌을 받고 있다며 담당 의사 3명을 고소했다. 둘째 아들의 경우 직접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장애진단서만 제출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사건을 맡은 마산동부경찰서는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장애진단서만으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지 질의해 회신까지 받은 상태이다.

마산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장애진단서가 연명치료 중단 결정에 있어 효력이 있느냐 없느냐는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질의해 회신을 받았지만 답변이 모호하다”며 “의사와 참고인 등 수사를 진행해 그에 따라 고소당한 의사를 검찰로 송치할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의료계 일각에서는 ‘제2의 보라매병원 사건’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97년 12월 발생한 보라매병원 사건은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했다. 당시 환자의 부인 요구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의사들이 살인방조죄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이후 의료계 내에서는 연명의료 중단을 꺼리는 풍토가 조성됐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2009년 대법원이 연명의료 중단을 허락한 ‘김 할머니 사건’ 이후에야 바뀌기 시작했고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으로 제도화됐다.

세종 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과 문재영 교수는 “병원이 연명의료 결정 절차를 어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뇌사인 환자였고 의학적으로는 사망에 가까운 상태이다. 뇌사인 환자를 그냥 두면 결국에는 사망한다”며 “둘째 아들이 신체장애 등으로 경남 지역 병원까지 이동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장애진단서만 제출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실제로 이런 사건이 현장에서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부모의 학대로 뇌사에 빠진 아이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여부의 결정권은 아이러니하게 보호자이면서 가해자인 부모에게 동의를 구하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아이를 학대해 뇌사에 빠지게 한 가해자가 부모 중 한 명일 때가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동의해서 연명의료 중단으로 아이가 사망하면 가해자의 범죄 혐의가 달라진다”며 “이런 경우 검찰 쪽에 물어보기도 한다. 검사는 ‘연명의료 중단 여부는 의료기관윤리위에서 판단할 문제이고 범죄 혐의가 달라진다는 문제에 영향을 받지 말고 의학적으로 판단하라’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의료 현장에서는 많이 생기는 문제다. 하지만 연명의료결정법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 치료를 지속해도 사망할 수밖에 없기에 중단하라는 취지로 그 결정에 따라 범죄 혐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쪽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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