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근 여야간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간호법 제정안’(간호법)이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본회의 처리 강행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고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국회 논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13일 대통령실은 간호법과 관련에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재 중인 여야 간의 막판 협상과 의료 직역 단체들의 여론 흐름을 우선 살펴보겠다는 설명이다.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간호법에 대한 고심이 그대로 묻어난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를 분리해 따로 간호사 및 전문 간호사, 간호조무사 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에 관한 국가 책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간호계는 해당 법안을 환영하고 지지하고 있지만 간호계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계가 해당 법안이 타 직역의 업무 침탈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민주당의 강행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상태이다.

대통령실은 일단 원론적으로 간호법은 ‘대통령 법안 거부권 1호’ 행사였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해석이다. 한 관계자는 “양곡법은 국가 재정 및 미래 산업과 직결되는 문제다”라며 “간호법은 다른 성격이다. 특정 직역을 대변하는 법안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또, 46만 명에 이르는 ‘간호사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윤석열 대통령도 어느정도는 간호사 처우 개선에 공감해왔다는 점에서 거부권 행사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 대한간호협회를 방문해 “간호사들에게 사명감만을 요구하며 계속해서 무거운 짐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라며 “우리 국민과 정부가 합당한 처우를 해주는 것이 바로 공정과 상식”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 법안을 놓고 다른 직역 단체들이 반발하며 의료계 갈등이 고조되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간호법이 향후 간호사의 '단독 개원', 즉 독자적인 의료 행위를 가능케 하는 법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민주당이 결국 다수의 힘으로 이 법안을 단독 처리할 경우에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대통령실 안팎에서 거론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양곡법에 이어 간호법 등 민감한 현안을 민주당이 굳이 강행 처리하려는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비판적 기류가 팽배해있다. 대통령의 잇따른 거부권 행사를 유도, '독선'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회에 계속 맞서는 모습을 만들려는 의도 아니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