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이 전국적으로 수해 피해가 극심하고, 주말에도 집중호우가 내린 가운데 23일 라오스·베트남 출장을 강행해 출국했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조기 귀국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4명 중에는 방병석 전 국회의장과 수해 피해 지원과 복구를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인 한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박정 의원도 포함되어 있다. 민주당이 지난주 수해 대응에 있어 정부와 여당의 부실함을 지적하고,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격렬히 비판한 것과는 다소 대조적인 행보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의 저급한 수준을 보여주는 또 다른 내로남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방병석 전 의장과, 박정 환노위원장, 유준병·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베트남과 라오스를 방문하는 5박 6일 일정으로 23일 출국했다. 이미 발생한 수해 피해가 극심하고, 주말에도 집중호우가 계속해서 내리면서 출장을 가는 것이 맞느냐는 의견이 당 내부에서도 제기 됐으나 이들은 이미 2달 전부터 계획된 일정이고, 지금 취소할 경우 상대국에게 결례가 된다는 이유로 강행했다.

당초 출장 인원에는 국민의힘 의원 1명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으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수해 피해가 큰 것을 감안해 ‘해외 출장 자제령’을 내려 참석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출국한 민주당 의원들 중 박정 환노위원장이 포함된 탓에 논란이 더욱 거세다. 환노위는 전국 물 관리와 수해 피해 지원·복구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인 환경부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다. 정부가 수해 대응을 제대로 감독해야 할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는 셈이다. 더군다나 박정 의원은 지난달 중국 당국이 티베트 현지 박람회에 초청한 민주당 의원단에도 포함돼 티베트 인권 탑압을 무마하기 위한 중국 측의 선전에 이용당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15일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우크라이나 방문했을 때 조기 귀국을 하지 않았던 탓에 ‘수해 컨트롤타워 공백 사태’가 발생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폭우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을 외면하고 수해 중에 꼭 가야했느냐”, “윤 대통령에게 국민은 무엇이냐”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해외 출장 강행에 논란이 커지자 지도부가 나서 조기 귀국을 지시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비록 사전에 잡힌 외교 일정이나 수해 기간 중 해외 순방이 적절치 않다는 점에 대해 원내지도부가 의견을 전달했고, 박병석 전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 의원의 경우 내일 중으로 조기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전 의장의 경우 상대국 국회의장과 공식 일정이 잡혀 있는 것을 감안해 조기 귀국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국민의힘은 “환노위원장인 박정 의원이 나서서 민주당 의원들을 이끌고 해외 방문을 하다니 기가 차다”며 “민주당의 직무유기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나섰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재민 지원 법안을 처리해야 할 당사자인 환노위원장이 베트남으로, 그것도 집중호우가 막 시작된 오늘 떠났다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가”라며 “자연재해에 대해 제대로 대처 못했다고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더니 결국 재난도 정쟁으로 이용하기만 하면 끝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