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행사 3일만에 환자 2900명 육박... “국제적 망신 수준”

- 폭염 속 행사 강행으로 온열질환, 화상, 탈진 등 환자 속출
- 급수, 냉방시설 턱없이 부족... 국고지원까지 받은 행사에 졸속운영 논란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국제 행사인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속출해 응급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잼버리조직위원회도 사태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하고 3일 영내 활동을 중단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사전에 이를 방지하지 못한 미숙한 준비와 운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 출처 : 연합뉴스

3일 잼버리조직위, 소방청 등에 따르면 개영식이 열리는 전날(2일) 온열질환 호소자만 315명, 일광화상 106명, 벌레 물림 318명 등 총 113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2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된 개영식에서만 139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열대야와 폭염이 이어진 3일에는 최소 101명이 소방구급대에 의해 이송 조치된 것을 감안하면 2일만에 13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한 셈이다. 4일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개막 이후 전날까지 새만금 잼버리 병원을 찾은 질환자는 총 2878명으로 집계됐다.

조직위는 이날 영내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의료진을 추가 투입하는 등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준비 부족과 운영 미흡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야영장에서 유일하게 에어컨이 나오는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는 더위를 식히려는 대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급수 부족으로 편의점에는 얼음과 물을 사려는 참가자들로 수백미터에 이르는 줄이 생기기도 했다.

중학생 자녀를 잼버리에 보냈던 한 학부모는 “전 세계 미성년자들을 모아놓고 어떻게 이런 식으로 방치할 수가 있는 지 모르겠다”고 분노를 표했다.

해외 주요국들도 잼버리의 졸속 운영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일부 국가는 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정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4500여 명을 파견한 영국의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영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영국 스카우트 및 한국 정부 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한 미국대사관도 “우려 사항에 대해 한국 정부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에 머물며 마지막 참가자가 떠날 때까지 가능한 모든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1일 개막한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는 등 ‘재난 상황’이란 비판까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가 일찌감치 예견됐음에도 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정부 부처들이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고, 문제가 터진 뒤에는 부처들 간 체계적인 공조·대응조차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

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범정부 차원의 긴급 지시를 내렸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직접 대회 현장도 찾았다. 하지만 이미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만큼 늦어도 너무 늦은 수습이란 지적이 이어진다.

잼버리 주최 기관은 세계스카우트연맹과 한국스카우트연맹이다. 주관 기관은 조직위다. 이 조직위의 공동위원장을 여가부 행안부 문체부 장관이 맡고 있다. 여기에 집행위원장인 전북도가 함께 의사결정까지 하고 있다. 이렇게 의사결정 체계 구조가 복잡하고 책임은 분산돼 있다 보니 ‘폭염 리스크’ 등 문제가 예견됐음에도 부처마다 뒷짐만 지고 대비는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 관계자는 “조직위 내부 각 팀 안에 여러 부처와 기관의 담당자들이 섞여 있다”며 “온열질환 대응과 대비를 여가부 등 특정 부처의 담당 업무라고 하기엔 애매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른 정부 관계자는 “올해 2월까지 여가부와 전북도가 주도적으로 대회 준비를 해왔고 이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행안부와 문체부가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처장 중에선 (여가부) 김현숙 장관이 대회 준비 및 진행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보고를 해왔다. 주무부처는 여가부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앞서 두 차례 진행된 정부 합동 안전 점검에서 폭염 대비에 적극적으로 초점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며칠 전만 해도 물난리를 겪었던 상황이라 수해로 인한 물 빠짐과 보행 환경이 이슈였다”며 “이후 예상보다 폭염이 심해져 시설 부족 등 논란이 일어난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제가 극심해지자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이날 새만금 현장을 찾아 브리핑을 갖고 “폭염에 대해 준비를 아무리 했다고 한들 만족할만큼 준비하지 못한 것은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한 총리는 이날 여가부 장관에게 “마지막 참가자가 안전하게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총책임자로서 현장에 머무르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매일 ㅍ브리핑을 통해 현장 상황과 조치 내용 등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라고도 했다. 한총리의 지시로 박문규 국무조정 실장은 이날 새만금을 직접 방문했다.

행안부는 지자체 폭염 관리를 위해 17개 시도에 재난안전특교세 30억 원을 긴급 교부했다. 행안부 장관도 이날 새만금 부지로 직접 가서 긴급 현장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해 일부 ‘막말’ 논란에 휩싸이는 일도 발생했다. 엄영선 전북도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부분의 해외 청소년은 얼굴이 빨갛게 익었지만 해맑았다”면서 “문제는 대한민국 청소년이다.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자란 데다 야영 경험이 부족하다. 참가비마저 무료니 잼버리의 목적과 가치를 제대로 몰라 불평불만이 많다”고 썼다. 이에 앞서 김관영 전북도지사도 전날 라디오에서 “통상 400명의 온열질환자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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