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연구출장서 손흥민 ‘직관’하고 온 부안군 공무원들

- ‘외유성 출창’ 논란 일자 부안군 “직원들 사기진작 차원의 배낭여행 연수... 군비 예산”

파행으로 치닫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의 개최지였던 전북 부안군청 소속 공부원들이 해외 잼버리 사례를 연구하기 위해 영국으로 출장을 간 뒤, 국가대표팀 축구선수 손흥민의 경기를 직관하는 등 목적과 다른 ‘여행’을 즐기다 온 것으로 밝혀졌다.


▲ 출처 : 연합뉴스

9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안군 소속 공무원 4명은 2019년 10월 3일~13일 영국과 프랑스 등으로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이들이 제출한 출장 보고서의 제목은 ‘영국의 세계 잼버리대회 개최지 및 도시재생 우수 사례 연구’, ‘프랑스 파리의 우수축제 및 자연자원 랜드마크 연구’였다.

하지만 영국은 103년 전인 1920년에 세계 잼버리를 개최한 이후 잼버리를 개최한 적이 없으며, 프랑스도 잼버리를 개최한 적이 없는 지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영국 런던에 도착해 이튿날 버킹엄 궁전, 웨스트민스트사원 등 런던 주요 관광지들을 관람했고, 3일차에는 런던 근교의 휴양도시인 브라이턴 지역으로 이동해 아멕스 스타티움을 방문했다.

보고서에는 갑자기 스타티움을 다녀온 이유와 느낀점에 대해 “운동장과 관중석이 보다 가깝게 설계되어 생동감 넘치는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우리 군 읍면 단위 체육센터 등 관련 사럽 시행시 반영 가능” 등의 내용을 담았다. 2023년 7월 기준으로 부안군 인구는 4만 9727명에 불과해 3만 1000명을 수용하는 규모인 아멕스 스타디움은 다소 잼버리 혹은 부안군에 맞는 도시재생과도 거리가 멀다.

이들의 아멕스 스타디움을 찾은 날짜를 보면 이 곳을 방문한 이유가 얼추 추측된다. 이들이 아멕스 스타디움을 방문한 2019년 10월 5일은 국가대표팀 선수인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이 이 곳을 방문해 홈팀인 브라이튼 오브 알비온과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가진 날이다. 이에 부안군 공무원이 손흥민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정을 넣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 되고 있다. 인사혁신처의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따르면 국무국외출장계획서를 미리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의혹에 부안군 관계자는 이들이 손흥민 경기를 관람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잼버리 일정이 포함되어 있기는 했지만 주 목적이 잼버리 출장이 아니었다”며 “여행 기간에 잼버리 홍보 활동을 포함한 것으로 해당 출장 역시 잼버리 예산이 아닌 부안군 예산으로 갔다”고 해명했다.

부안군 공무원들은 잼버리 준비 활동을 명목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것 이전에도 있었다. 부안군 관계자 4명은 2017년 7월 10박 12일의 일정으로 크로아티아‧체코‧독일‧헝가리 등 유럽 6개국에 국외연수를 떠났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적힌 출장보고서 제목은 ‘유럽 문화 및 관광산업 등 견학 체험을 통해 우리 군의 문화, 관광 분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세계 잼버리 새만큼 유치 홍보활동을 하고자 함’이었고, 보고서 요약 역시 ‘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 전개’라고 적었다.

그러나 보고서 말미의 해외연수 소감에는 “우리에게 있어 10박 12일 동안의 꿈같은 여행은 이것으로 끝났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잊지 못할 생생한 추억으로 기억된다. 우리 팀원들과 해외 배낭 연수 기회를 갖게 해주심에 감사드린다”며 출장을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이 밖에도 전북도청 관계자 5명은 2018년 5월 ‘잼버리 성공 개최 사례 조사’ 명목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로 6박8일 출장을 갔으나, 정작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잼버리 개최 경험이 없다.

‘외유성 출장’ 논란이 거세지자 전북 부안군은 해명자료를 내고 “축구 관람 및 디즈니랜드·에펠탑 방문 등은 잼버리 관련 출장이 아니라 직원 사기진작 차원에서 추진한 배낭여행 연수 일정”이라며 “출장 비용은 모두 군비로 충당했으며, 잼버리 예산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새만금 세계잼버리 주최 측이 1000억원대의 예산 대부분을 조직위원회 운영에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예산 사용처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 등이 새만금 세계잼버리를 이유로 떠난 해외 출장은 총 101건이다. 전북도가 57건(56.4%)으로 가장 많고, 이어 부안군 25건(24.8%), 새만금개발청 12건(11.9%), 여성가족부 5건(5%), 농림축산식품부 2건(2.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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