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회장 "젊은 의사들 요구는 돈 아닌 명예"...정부 대응 비판"
"의료정책연구원장 "의사 파업 합법화했다면 비극 없었을 것" 주장"
"의학회장 "의료인도 의료개혁 원해...합리적 논의·정책 필요" 강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대학과 병원을 떠난 지 4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 기간 동안 '환자를 버리고 떠났다'는 비난과 함께, 의료계에서는 '왜 떠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해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3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의료개혁, 국민이 말하다' 출판기념회에서 의료계 인사들은 국민들에게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미복귀 결정에 대한 이해를 호소했다. 이 책은 서울의대 비대위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전 수상작을 담은 것으로, 녹색소비자연대와 한국소비자연맹이 함께 참여했다.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축사에서 "대한민국 의료와 국민 건강을 위해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을 부탁드린다"며 "젊은 의사 마음을 조금만 더 따뜻하게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라 명예라고 강조하며, 정부가 의사의 명예를 훼손하면서 사명감만을 요구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의료정책연구원 안덕선 원장은 전공의들의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OECD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서는 의사들의 파업이 불법으로 취급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만약 의사들의 노동권이 존중받았다면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공공복리를 내세워 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는 다르게 적용하면 환자와 국민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희생이 매우 크다고 언급하면서, 정부가 보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5개월간 정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의료인을 의료개혁을 반대하는 반개혁 세력으로 매도했다"며 의료계의 자괴감을 표현했다. 이 회장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는 의료개혁은 누구보다도 의료인이 원한다"면서, 의료계가 원하는 것은 합리적인 논의와 의사결정, 그리고 정책 추진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료계의 입장 표명은 현재 진행 중인 의료 분쟁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의료 서비스의 공백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과 우려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와 의료인들의 처우에 대한 개선 요구가 있다.
의료계 인사들의 발언은 이 문제가 단순히 의대 정원 확대나 의료인들의 처우 개선 차원을 넘어, 의료인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그리고 의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향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의료계, 그리고 국민들 사이의 더욱 깊이 있는 대화와 상호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인들의 노동권과 직업윤리, 공공의료의 강화와 의료의 질 유지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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