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동의받으면 뭐하나"... 법원, 병원에 4.5억 배상 판결

재판부 "성인 환자에 직접 설명 안 해" 병원 측 설명의무 위반 인정
가톨릭학원 "판결 부당" 항소... 의료계 전반에 영향 미칠 듯
환자 자기결정권 존중 판결... 의료현장 소통 중요성 재확인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환자 가족에게 받은 수술동의서만으로는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는 중요한 판결이 내려졌다. 이 판결은 의료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며, 환자의 권리와 의료진의 책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는 지난달 19일, A씨와 그의 가족들이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가톨릭학원 측에 약 4억 5000만원을 유족들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병원이 환자 본인이 아닌 가족에게 수술 동의를 받은 것이 적절한 설명의무 이행이었는지에 대한 문제였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환자가 성인으로서 판단 능력이 있는 이상 친족 승낙으로 환자 승낙에 갈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친족에게 설명했다면 친족을 통해 환자 본인에게 설명이 전달돼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병원 측의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더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B씨(환자)가 수술 전 판단 능력에 문제가 없었으며, A씨(가족)가 망인에게 본인이 설명 들은 뇌출혈 등 부작용을 망인에게 전달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술동의서를 근거로 의료진이 망인에게 수술로 인한 뇌출혈 등 부작용을 설명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의료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의료행위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환자 본인으로부터 직접 얻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형식적인 동의서 작성을 넘어, 실질적인 설명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가톨릭학원 측은 불복 의사를 밝히고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는 이 사안이 단순히 한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향후 항소심에서는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의 범위와 방법, 그리고 가족을 통한 설명의 유효성 등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의 책임과 환자의 권리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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