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응급실 대란 없었다' 자평에도...추석 진료제한 메시지 23% 증가

인력부족 진료제한 68% 급증...전문의 70% "12시간 이상 연속근무"
중소병원 응급실 진료제한 114% 폭증...권역응급의료센터도 43% 인력난
의료계 "지친 의료진이 연휴 지켰다"...정부 대책 비판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응급실 대란이 크게 없었다고 평가했지만, 실제 데이터와 현장의 목소리는 이와 다른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동안 전국 응급실의 '진료제한' 메시지가 지난해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추석 연휴인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전국 응급실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알린 진료제한 메시지는 총 1879건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력부족'으로 인한 진료제한 메시지가 전체의 34.3%(645건)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응급의료기관별로 살펴보면, 중소병원 응급실인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진료제한 메시지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357건으로, 작년(167건)에 비해 113.8%나 증가했다.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진료제한 메시지는 934건으로 작년 대비 23.1% 늘었고, 권역응급의료센터는 588건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러한 통계는 의료 현장의 실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34개 수련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약 70%의 전문의가 추석 연휴 동안 12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충격적인 것은 28명(31.5%)이 1주일간 48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답했으며, 이 중 3명(3.3%)은 104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김선민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이번 추석에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작년 추석에 비해 30% 줄어 큰 혼란이 없었다'고 자화자찬했다"면서 "그러나 실제 의사들의 혼란은 작년 추석보다 더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언제까지 아픈 국민들에게 응급실에 가지 말라고 진료비를 올려가며 겁박할 것인가"라며 정부의 대응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역시 정부의 평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의협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미봉책을 펼쳐놓고 수준 높은 시민의식 덕에 의료대란은 없었다고 자화자찬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의료진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지만 연휴에 가족 대신 환자 곁에 있었다"고 강조하며,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언급했다.

의협은 "의료계는 앞으로도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의료시스템 붕괴는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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