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배정 비율 조정 방침 변경 검토… "이랬다 저랬다"

전공의 복귀 유도 위해 수도권 비중 유지 검토… 지역 의료 집중 강화 계획 차질
비수도권 전공의 확대 계획 1년 연기 가능성… 의료 인력 불균형 심화 우려
전문가들, "일관성 없는 임시방편 정책으로 의료계 신뢰 잃어"

정부가 비수도권 수련병원에 전공의 배정 비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운 지 8개월 만에, 이 방침을 다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 전공의의 비중을 유지함으로써, 복귀하지 않고 있는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를 유도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방침 변경에 대해, 지역·필수 의료 강화를 위해 추진해온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오히려 반대로 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다음 달 초에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계획을 공고한 뒤 각 수련병원별 모집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당초 수도권과 비수도권 수련병원의 전공의 배정 비율을 지난해에는 6대 4, 올해에는 5.5대 4.5로 조정했다.


내년에는 이를 5대 5로 맞추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이 같은 계획은 지난해 4월 의대 교육 지원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의대 정원 및 전공의 정원 불균형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의대 정원 비율과 연동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난 이후 복귀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이러한 배정 비율 조정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유지되고 있는 수도권 5.5대 비수도권 4.5 비율을 변경하지 않고 유지하는 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정책적 별도 정원'을 고려해 수도권 5.5대 비수도권 5로 배정을 편성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는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고 수도권의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정부의 방침 변경에 대해 지역 의료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의료 인프라 강화를 위해 추진해왔던 정책이 다시 흔들리면서, 수도권으로의 의료 인력 집중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충청권의 한 의대 교수는 "비수도권 전공의 확대 계획을 1년 정도 늦추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전공의 복귀 이후에도 이러한 조정이 지연된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수련병원에 전공의를 배정해야 그나마 전공의들이 비수도권에 남을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의료 인력의 수도권 집중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공의 복귀를 목표로 한 이번 정책은 당장 현재의 문제만 피하려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부가 뚜렷한 방향 없이 일관성 없는 방침을 계속 내놓으면서, 의료계 현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정책의 변화가 전공의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며, 지역 의료 강화라는 원래의 목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은 이러한 정책 변경이 비수도권 의료 서비스의 질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수도권 수련병원은 상대적으로 더 나은 수련 환경과 연구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어 전공의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반면 비수도권 수련병원은 인프라가 부족하고, 근무 조건도 열악해 전공의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수도권 병원에 전공의 배정을 확대하는 계획이 지연될 경우, 비수도권 지역 의료의 질은 더욱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난 이후 병원 현장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료와 수술 일정이 줄어들고, 남은 의료 인력에게 업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환자들의 치료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병원에서조차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비수도권 병원의 인력 공백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의 배정 비율 변경은 의료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으며, 비수도권의 의료 접근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료 인력의 수도권 집중 문제는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온 문제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과 전공의 배정 비율 조정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전공의들의 복귀 문제와 복잡하게 얽히면서 정책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장기적인 시각에서 의료 인력 배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기적인 방책이 아닌, 보다 근본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이번 방침 변경은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비수도권 의료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정책 목표가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의료 인력의 균형 있는 배치와 지역 의료 인프라 강화를 위한 정부의 지속적이고 명확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