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2020년 9월 21일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발견 되기 전, 중국 어선에 의해 먼저 발견된 정황을 당시 문재인 정부가 인지했음에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정부가 관련 증거를 조작해 발표한 ‘이대준 자진 월북’ 주장에 정면 배치되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쯤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포류하다 북한군에 의해 처음 발견 되었을 때, 그가 한자(漢字)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팔에 붕대를 메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날 실종 당시 이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고, 붕대도 하고 있지 않았다. 이씨가 근무 중이던 어업지도선에서 추락한 시점과 그가 다음 날 북한군에 의해 발견된 시점 사이에 이씨가 어딘가에서 구명조끼와 붕대를 얻어 착용했다는 것이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감사원 특별조사국 감사관들이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방부가 확보하고 있었던 첩보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국방부는 당시 이씨가 실종된 이후, 다른 선박으로 옮겨 탔었던 정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덮은 것으로 감사원이 확인했다고 한다.

나아가 국방부는 이씨가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의해 다시 발견될 때까지 38시간 동안 그가 표류했을 가능성이 높은 해역을 운항했던 배는 중국 어선뿐이라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씨가 어업지도선에서 추락해 포류하던 중 중국 어선에 의해 먼저 발견되어 그 선박에 오른 정황을 국방부가 이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불명확한 이유로 이씨는 다시 바다로 추락했고, 이후 북한 해역을 포류하다 부유물에 몸을 의지한 채 북한군에 처음 발견되었다. 이때 이씨는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팔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이 구명조끼와 붕대 등이 중국 어선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감사원 감사팀은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사고 당시 해경 등도 우리 정부가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는 보유하지 않고 있고, 국내 시중에 판매 및 유통되고 있는 구명조끼에도 한자가 적힌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덮었다. 이씨 피살 이틀 뒤 국방부와 해경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지시에 따라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대국민 발표를 했다.

‘자진 월북’이라고 설명하며 가장 유력한 근거로 주장한 것이 ‘이씨가 근무 중인 업무지도선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는 것이었다. 이씨가 처음부터 구명조끼를 착용했던 것이 아니라 실종 도중 중국 어선에 의해 발견된 뒤에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게 됐다는 것은 ‘이대준 자진 월북’으로 결론지으려는 정부의 근거를 무너뜨리는 사실이었다. 당시 정부는 이 중국 어선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