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토론회서 의협 보험이사 발표 두고 의료계 난색
- 이미 청구 간소화 진행 중…"별도 법안 제정 불필요“
지난 14일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찬성했다는 여론이 퍼지면서 의료계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실손보험금 청구간소화 실손비서 도입 토론회'에 패널 토의에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의 발언이다. 그는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계기관으로 두고 의료기관에서 보험사로의 청구를 강제화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조건부 찬성했다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내부에선 해당 발언의 의도가 왜곡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보험이사의 발언은 실손보험 청구에서 국민 편의성을 높이자는 것에 이견이 없으며 현재도 민간 전송업체를 통해 간소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별도의 법안이 필요 없다는 취지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에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는 의미지만, 의료계가 이에 조건부 동의했다는 뜻으로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지금도 스마트폰으로 실손보험청구를 할 수 있는데 별도 법안까지 제정하려는 의도가 불투명하다"며 "실손보험에서 의료계는 제3자로 보험사와 가입자가 각을 세우는 문제다. 하지만 전날 토론회는 보험업계와 시민단체가 합심해 의료계를 몰아가는 모습이었는데 이는 잘못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현재 민간 핀테크 업체 통해 실손보험을 청구하면 환자의 인적 사항 및 비용이 전송된다. 이후 보험사는 청구액이 소액인 경우 이를 지급하고 액수가 커지면 의료기관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 이 과정이 데이터의 저장 없이 순수하게 데이터 전달로만 이뤄지고 있어 지금도 보안 문제없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토론회가 답이 정해진 자리였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 보험이사가 발표를 시작하기도 전에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계 한 관계자는 "김 보험이사의 발표 시간은 오전 11시~11시 20분까지였는데 10시 30분부터 관련 기사가 송고됐다"며 "실제 그 내용도 송고 시간에 따라 다르다. 초반 기사는 의협의 찬성 입장을 실은 반면, 토론회 이후 기사는 의협이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심평원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뤄진다면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는 우려가 크다. 현재도 보험금 지급을 방어하기 위한 소송이 계속되고 있는데, 국가기관이 이를 관리하게 되면 보험금 자체가 삭감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 한 의사단체 임원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최근 환자가 소송을 통해 보험금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보험사가 의료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보험금 미지급 근거로 삼는 것도 문제가 있다. 지금도 보험사가 수가 청구를 심사하는 수준인데 관련 법안까지 제정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역시 관련 법안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건강한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이익을 얻는 보험사의 수익구조를 보면 해당 업계가 국민의 의료정보를 보유하는 것의 부작용이 우려스럽다. 특정 질환을 앓았다는 이유로 가입을 거부당할 수 있는데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더욱이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정보가 한 곳에 모인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아무리 익명처리한다고 해도 이를 활용하려는 세력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