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한지붕 두가족 산부인과의사회, '권리 침해' 이름 변경해야”

- 대법원 “법에 없는 비법인 단체도 명칭 사용권 보호받을 수 있다”
- 산부인과의사회 명칭 수식어만 넣어서 사용 가능하다는 원심 파기환송

두 개로 쪼개져 존재하는 산부인과 개원가가 ‘명칭’을 놓고 새국면을 맞았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을 한 쪽만 사용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앞에 ‘직선제’를 붙여서 쓰는 명칭이 기존의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수식어를 넣으면 사용이 가낭하다는 원심을 파기,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산부인가 개원가는 2015년 말 회장 선거를 기점으로 두 개로 나뉘게 되었다. 기존의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새로 생긴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로 나뉘어져 있으며, 통합을 위한 시도도 있었지만 협의점을 찾지 못한 채 7년이 흘렀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997년 창립되어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라는 명칭을 쓰다가 2004년 11월부터 현재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015년에 설립됐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조직의 차별성을 나타내기 위해 '회원총회에 의한'이나 '직선제'라는 수식어를 달고 제약회사 등 관련 업체, 유관기관, 정부기관, 언론 등에 알렸다.

더불어 산부인과 의사라면 단체의 분쟁 경위를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같은 명칭을 쓰더라도 단체를 구분해 인식할 수 있다는 게 직선제 측의 주장이다. 원심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고 직선제 측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비법인사단도 인격권의 주체가 되므로 명칭에 관한 권리를 가질 수 있고, 자신의 명칭이 타인에 의해 함부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호받을 수 있다"고 했다.

비법인사단 명칭에 관한 권리 침해 여부는 ▼타인이 사용한 명칭이 비법인사단 명칭과 같거나 비슷하다는 사정과 유사성 정도 ▼비법인사단이 명칭을 사용한 기간 ▼비법인사단이 사회 일반이나 그의 주된활동 영역에서 명칭의 주체로 알려진 정도 ▼타인이 비법인사단의 명칭과 같거나 비슷한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사회 일반 또는 비법인사단과 교류하거나 이해관계를 맺은 사람이 타인을 비법인사단으로 오인 혼동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가 같은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외부 사람에게 단체를 오인 또는 혼동할 수 있게 했고,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역시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될 여지가 있다"라며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가 자신의 성격이나 설립목적에 따른 활동을 하기 위해 반드시 같은 명칭을 사용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 정관에 근거해 설립된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칙에는 각 진료과별로 산하단체를 둘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대개협이 산하 단체를 각 과별 1개만으로 한정하지는 않았지만 통상 1개의 산하단체를 두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넘도록 단독으로 명칭을 사용해왔다.

대법원은 "두 단체의 정관을 보면 같은 이름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활동 목적과 성격, 활동 영역, 회원 자격 등이 매우 흡사하다"라며 "외부 사람들이 두 단체를 구별하는 것인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직선제 측을 기존의 단체로 오인 혼돈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라고 판시했다.

또 "직선제 측이 사용하고 있는 수식어는 정관에서 정한 명칭에 포한된 것이 아니다"라며 "직선제 측 구성원이 대외활동을 하면서 수식어를 붙이지 않은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명칭만을 사용하기도 했다. 정관 개정 등을 통해 정식으로 명칭에 직선제 등의 어구를 추가해 사용하지 않는다면 구별이 어렵다"고 봤다.

이어 "관련 기관에 알렸다고 하더라도 그런 조치만으로 두 단체의 오인 혼동가능성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원심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관한 권리를 침해했는지 판단한 다음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직선제 측을 상대로 명칭사용의 금지를 명했어야 함에도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라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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