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데믹 현실화’ 응급실은 빨간불인데 복지부, 여전히 대책없어

- “2년동안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이태원 참사 수습으로 이중고
- 격리 조치 해제하고 병원 자율에 맡겨야... “감염 관리료 시급”

독감과 코로나19가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의료계에서 응급실 과밀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로 벌써부터 응급실 현장에 로딩이 걸리는 상황인데 정부는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응급실 과밀화 문제는 여전하다. 더욱이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요즘 추세에 지역상황실은 축소되면서 응급실 의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윈데믹이 본격화될 징조를 보이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실은 이미 난리가 나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술이 필요해 응급실에 왔는데 본원에서는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며 “그래서 다른 병원을 요청했지만 상황실에서는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답변면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이 환자를 2인실에 입원시켰는데 감염을 우려한 보호자가 민원을 넣는 일도 생겼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2년 째인데 아무런 개선이 없다. 병원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굉장이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응급실에서는 코로나19 검사 및 확진자 격리 등의 기존 제한들이 해제됐지만, 병실에 걸린 제한은 그대로여서 환자를 전원하는 것에 더 큰 애로사항이 생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대책을 마련해야할 보건복지부와 정부가 이태원 참사 수습으로 인해 대책을 마련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소방당국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고,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도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업무의 로딩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권역응급센터 의사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 경찰조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중앙상황실이 조사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로 인해 환자 이송·전원에 지장이 생기고 있는데 특히 지난주에 너무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슨 일이 있을 때 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힘들게 하면 나중에는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경우가 또 생기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는데 그냥 우리에게 생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우려했다.

감염병 전문가 역시 트윈데믹에 대비해 응급실 과밀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상남도의사회 마상혁 감염병대책위원장은 "트윈데믹이 예상되지만 앞선 대유행처럼 아주 심각한 상황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고위험군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며 "지금 문제는 격리 진료로 환자가 제때 치료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환자 진료가 늦어져 초과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 격리 진료를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응급실 마비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루엔자는 환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해 많으면 하루 수백 명의 환자가 응급실에 오게 되는데, 다른 환자들과 섞이면 감당이 안 될 것"이라며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텐데 정부가 이를 대비하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 이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건의했는데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코로나19 확진자 관리를 병원 자율에 맡기고 감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관리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지금 가장 필요한 조치는 모든 격리 조치를 해제하는 것이다. 병원이 자율적으로 확진자를 관리하게 해야지 이를 외부에서 관여하는 것은 현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확진자를 수술하려면 전용 장비를 사용해야 하고 공간도 따로 마련해야 해 감염관리료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경우 원내 감염에 대한 책임을 병원이 지는 만큼 병원이 확진자를 진료할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논의되는 방향은 향후 평가에서 확진자를 받지 않은 병원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인데 이런 식으로는 협조를 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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