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가격상승만 문제 아니다, 15도도 깨져... 14.9도 새상품 출시

- 100년 사이 20도 내려간 소주 도수... 생산단가 절약 및 판매량 증대 기대

최근 일부 수도권 지역의 음식점에서 소주 한 병을 6000원에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소주 가격 논란’이 발생한 가운데 도수까지 추가로 낮아서 15도 밑으로 내려갔다. 100년 사이 무려 20도 넘게 낮아진 것이다.


▲ 출처 : 연합뉴스

2일 충청남도 지역의 소주업체인 맥키스컴퍼니는 알코올 도수가 14.9도인 선양 소주를 출시했다. 알코올 도수가 14도 대인 소주는 선양이 최초이다. 지금까지는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새로’와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 제로슈거’ 도수가 16도로 가장 낮았다. 선양은 여기서 한번에 1.1도를 더 낮췄다. 14.9도는 어지간한 레드 와인보다 낮거나, 비슷한 도수다.

맥키스컴퍼니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소주 제조사로 1973년 공주 중동에 위치한 금강 소주를 주축으로 33개 소주회사가 모여 설립한 금관주조 주식회사가 시초이며 이듬해 ‘선양주조 주식회사’로 이름을 변경해 운영하다 지난 2013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2000년대 중반 맥키스컴퍼니는 산소를 넣은 소주인 ‘오투 린’이 대전 지역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충청도에서는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중심으로 대형 주류사들의 지방마케팅 확대에 따라 현재는 시장 점유율이 30%대로 낮아졌다.

이에 이번에 내놓은 14도 대의 선양 소주는 어떻게든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리겠다는 맥키스컴퍼니의 승부수이다. 선양 소주는 최근 추세에 맞게 무가당으로 출시됐으며 병 모양도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투명하면서도 병목이 짧은 고전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 병 뚜껑도 탄산음료를 유리병에 담을 때 주로 사용하던 크라운 캡을 적용했다. 이런 병을 사용하려면 별도 라인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맥키스컴퍼니 관계자는 “‘최저 도수·최저 칼로리’라는 제품 특징에 맞게 기존 소주병보다 짧고 둥글둥글한 병 모양을 구현했다”며 “옛 사명 ‘선양’을 활용해 브랜드 정통성을 살리면서도 소비 흐름에 맞춰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류업계와 소비자에게 14도 대 소주는 아직 낯설다. 1924년에 처음 등장한 진천양조상회 ‘진로’ 도수는 35도였다. 알코올 도수가 30도로 낮아진 것은 41년이 지난 1965년이다. 이후 소주는 1973~1998년까지 25년 간 25도를 유지했다.

그러다 1998년 참이슬이 등장하며 25도선이 무너졌다. 이후 20도 밑으로 내려오기 까지는 8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2년 22도 참이슬이 나온 데 이어, 2006년에 19.8도인 참이슬 후레쉬가 나타났다.

애주가들은 보통 알코올 도수가 0.5~0.6도만 낮아져도 금새 알아 차린다. 당시 일부 소비자들은 알코올 도수 20도를 밑도는 소주는 마셔도 ‘캬~’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후 소주 도수 낮추기 경쟁이 계속되면서 소주가 ‘독한 술’이라는 인상은 완연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2014년에 접어들면서 17도 대, 2019년에는 16도 대 소주가 등장했다. 2019년 하이트진로가 선보인 ‘진로이즈백’은 알코올 도수가 16.9도다.

소주 원료 주정(酒精)을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 관계자는 “회식 문화가 가벼운 쪽으로 바뀌고 혼술도 늘어나면서 저도주(低度酒)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추세였는데, 희석식 소주 시장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 뚜렷해졌다”며 “특히 최근 젊은 층 술자리에서 주류 선택권을 여성 소비자가 쥐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저도수, 저칼로리, 제로 슈거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소위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와 음주 문화 변화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 15도를 밑도는 저도수 소주라는 의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소비자에 맞춰 도수를 낮추는 건지,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수를 낮추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순한 술’은 취할 때까지 마시려면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을 마셔야 한다. 실제 코로나19 이전까지 소주 도수가 낮아질 수록 전체 소주 출하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주정에 물을 더 타 알코올 도수를 낮출 수록 생산 단가는 떨어진다. 업계에 따르면 소주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1병당 주정값 0.6원을 아낄 수 있다. 이 계산에 따르면 소주 도수를 16도에서 14.9도로 낮출 경우, 1병당 주정 값이 6.6원 줄어든다.

시기가 달라 동일선 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25도 소주와 비교하면 1병당 주정 값은 60원 넘게 감소한다. 지난해 출고한 희석식 소주 22억 9000만병이 모두 16도라고 가정하면 이 소주 모두를 14.9도로 낮출 경우, 산술적으로 주정 값에서만 연간 150억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제조사로선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 ‘생산 단가 인하’와 ‘판매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이미 와인 수준까지 내려온 소주 도수는 얼마나 더 떨어질 수 있을까. 주류업계에서는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소주에 기대하는 고유의 목 넘김과 끝 맛을 유지하려면 도수를 지금보다 더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알코올 도수가 14도대마저 지나 13도 대로 진입하면 소주 알코올 도수는 청하 같은 청주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알코올 도수를 낮출 수록 날카롭게 혀를 때리는 쓴 맛은 줄어든다.

대신 상대적으로 첨가물의 들척지근함이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15도 이하에서는 ‘희석식 소주 공법 상 나는 물 비린내를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여러 희석식 소주 제조사들은 산소 숙성 공법을 사용한다든가, 증류 원액을 더한다든가, 여타 다른 감미료를 넣는 식으로 잡미(雜味)를 지운다. 빠진 주정의 자리를 대신할 만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소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도수를 더 낮추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주류종합연구소 관계자는 “시장 한편에서 일반 희석식 소주보다 훨씬 가격이 비싸고, 도수도 상대적으로 높은 증류식 소주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주류 시장이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다양해지는 소비자 취향에 맞추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다보니 소주 도수가 낮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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