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초등 교과서에 ‘징병’표현 삭제·독도 ‘韓 불법점령’

- 3~6학년 사회·지도 교과서 감정 결과... 정상회담 한달도 안 돼 한일관계 ‘비상’
- 일제강점기 ‘징병’ 표현 삭제 및 의미도 약화... 독도에 대해선 ‘한국이 불법 점령’
- 韓 “검정통과된 日교과서 깊은 유감” 주한 日대사대리 조치해 항의

일본의 초등학생들에게 역사 교육을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에 관한 기술을 강제성을 희석하고 독도 영유권도 더욱 주장하는 방향으로 개편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회담 이후 평화무드 속에 협력 파트너로서 나아갈 것으로 보였던 한일 관계가 한달도 지나지 않아 위기에 맞았다.


▲ 출처 : 뉴시스

28일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열린 교과서 검정심의회에서 2024년도에 사용될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는데, 해당 교과서들이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어 무역분쟁 이후 악화되었다가 최근 개선되고 있던 한일 관계가 새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초등학교 3~6학년 학생이 배우게 될 사회 교과서 12종과 지도 교과서 2종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을 징병한 절차에 대해 ‘징병’이라는 단어 대신 ‘지원’을 추가해 강제성을 약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징병’이란 국가가 병역의무자를 강제로 징집해 복무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점유율 1위인 도쿄서적의 6학년 사회교과서에 기술된 내용을 상세하게 살펴보면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 병사로서 징병됐다”고 기술한 기존의 표현을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 병사로 참가하게 되고, 후에 징병제가 이뤄졌다”고 수정됐다. 해당 문구 옆에 있는 사진의 설명도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에서 ‘지원해서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바뀌었다.


점유율 2위인 교육출판의 6학년 사회교과서에서도 “일본군 병사로 징병해 전쟁터에 내보냈다”는 기존 표현 대신 ‘징병해’를 삭제해 “일본군 병사로 전쟁터에 내보냈다”로 단순화 했다.

이러한 내용을 교과서에 기술하면서 일제강점기에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적이 아닌 자발적으로 일본군에 참여해 전쟁을 치뤘고, 일제가 징병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왜곡 교육을 실시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도쿄서적의 경우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적으로 끌려왔다"는 표현에서 '끌려왔다'를 '동원됐다"로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기존에 '강제연행' 또는 '연행'이 아닌 '징용'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 도쿄서적은 뜻이 '연행'에 가까운 '끌려왔다'를 '동원됐다'로 바꿔 일본 정부 방침에 호응하고 나아가 더욱 의미를 퇴색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문교출판은 6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올해 100주년이 되는 간토(關東)대지진을 상세히 설명한 칼럼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 등의 헛소문이 유포돼 많은 조선인이 살해됐다"는 내용이 사라지고, 관련 내용도 대폭 줄었다.


새로운 사회 교과서 중에는 고대사에서 한국이 일본에 미친 영향을 축소하고, 임진왜란에 관한 기술에서 조선 피해와 관련된 부분을 뺀 책도 있었다. 반면 일본문교출판은 일제의 한반도 강제 병합 과정에 "일본의 지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격렬한 저항 운동을 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등 한국 관련 기술이 일부 개선된 대목도 있었다.

또한 모든 일본의 사회교과서들이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더욱 확실하게 기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정 과정에서 한국사·독도 관련 기술 중 사실상 유일하게 지적받은 내용은 일본문교출판의 6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일본 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를 "일본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로 고치라는 것이었다.

검정심의회는 대부분의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가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기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영토'라는 표현만으로는 아동에게 오해를 줄 우려가 있으므로 영유권 주장에 관한 표현을 더욱 명확히 하라고 지시했다.

도쿄서적은 지도 교과서에서 독도 관련 기술 중 "한국에 점거돼 일본은 항의를 하고 있다"를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돼 일본은 항의를 하고 있다"로 교체했다. 아울러 이 출판사는 5학년 사회 교과서에서도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는 문구를 "70년 정도 전부터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로 바꿨다. 일본문교출판은 5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독도가 포함된 일본 지도에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영해를 추가로 표시해 시각적으로 독도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일본 어린이들은 한국이 현대에 독도를 점유해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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