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 기존 인도주의적, 경제적 지원 이상의 지원을 검토할 것을 시사했다. 즉, 기존 살상무기 지원 반대 입장에서 무기 등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한 것이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민간이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우리가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니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과거 6·25전쟁 기간 수없이 많은 국제 원조를 받았던 것과 같이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방위 및 재건을 돕기 위해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로이터통신은 한국이 살상 무기 지원을 배제하고 비살상 장비와 경제적 지원 방침을 확고히 한지 1년 만에 살상 무기 제공 의향을 처음으로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전쟁발발 직후부터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에서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제공하도록 압박해왓으나 교전 국가에 무기 수출을 금지한 국내 정책을 이유로 이를 거절해왔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이 서방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운영중인 한국 기업들과 북한에서의 러시아 영향력을 고려해 러시아와 대립하는 것을 피해왔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인터뷰에서 “국제법과 국내법상 불법적으로 침공을 받고 있는 나라를 방어하고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지원의 범위에는 제한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전쟁 관련국들과 한국과의 관계, 전장 상황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말 국빈 방미하는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오는 26일 워싱턴DC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커지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동맹국들의 노력과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위협에 대한 방어로 감시·정찰·정보분석 능력을 강화하고 "초고성능, 초강력 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만약 남북간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는 양쪽의 문제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가 잿더미로 변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 계획 그룹의 아시아판의 구상 가능성과 일본 참여 여부에 대한 질문에 윤 대통령은 "강력한 핵 공격 대응 측면에서 나토에 있는 것보다 더 강력한 조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본이 합류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한미간 큰 진전이 있어왔기에 우리가 먼저 이 체계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유권자에게 보여주기를 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남북 정상회담은 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평화 증진을 위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도 말했다. 이어 이전 정부들이 갑작스럽고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남북 회담을 발표했고 이는 신뢰 구축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로이터는 윤 대통령의 전임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세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했지만 이후 남북 관계는 악화했고 북한은 수많은 무기 실험에 나섰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은 "그들은 선거에 앞서 이같은 회담을 이용했지만, 결국 남북 관계는 항상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또한 "이전 회담들이 정상들의 만남 전 단계적으로 진행됐더라면 남북 관계는 느리더라도 꾸준히 발전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과 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긴장과 관련해서는 "이런 긴장은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발생했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그런 변화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간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처럼 글로벌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