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미국의 핵무기 등 가용 가능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는 ‘압도적 대응’에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80분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향국의 북핵 확장억제력 강화 방안을 포함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양국은 북한의 핵 공격시 즉각적인 정상 간의 협의를 갖고,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한 동맹의 모든 전력을 활용해 대응한다. 이를 통해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미국의 ‘핵우산’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상대방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닌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통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양국 간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며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공격시 즉각적인 정상 간의 협의를 갖고 이를 통해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해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간의 ‘핵협의그룹(NGC)’를 신설하기로 했다. 새 협의체의 창설은 사실상 이번 선언의 핵심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핵과 전략무기 운영 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한 공동작전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이며, 그 결과는 양국 정상에게 보고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정권의 종말’까지 언급하며 북한의 확장 억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나 동맹, 파트너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할 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그러한 행동을 취할 것이며, 이것이 북한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라며 “필요할 때 모든 동맹과 협의를 위해 모든 노력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에 육상 핵무기를 재배치하지 않겠다’는 기존 미국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의) 전개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3자 협력 강화와 대만해협, 우크라이나 등 현안에 대한 의견도 양국 정상이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 국민들에게 민주주의야 말로 가장 큰 근간이며 우리 국가들을 더 강건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원천이라고 믿는다”며 “이 민주주의를 저해하려는 노력과 싸우고 보다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해 앞으로 미래의 도전과제들을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잘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워싱턴선언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사실상 미국의 핵 능력을 한국이 공유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안보 석좌는 “한국이 미국의 핵무기를 공유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미국의 핵 능력을 공유하는 수준이 되게 한 것"이라며 "NCG를 통해 한국은 최소한 북한의 공격에 대한 잠재적인 대응과 관련한 미국의 생각을 더 잘 알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확장억제는 '심리'에 관한 것"이라며 "확장억제 과정에 한국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도록 한 NCG는 확장억제의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추가 조치"라고 했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도 "NCG는 대북 억제보다는 동맹을 안심시키는 데 더 중요한 것 같다"며 "한미동맹은 '동격'이라는 사실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