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와 미국에 막알에 가까운 비난을 계속하고 있다. 실제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미래가 없는 늙은이(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망언,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감지덕지해하는 못난 인간(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북한 사회가 한국과 미국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찬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북한 지역에서 구글로 인터넷을 접속해 검색한 키워드를 분석해보면 ‘날씨’가 ‘미국’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내기철을 앞둔 북한의 진정한 고민은 한미가 아니라 당장의 식량인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봄의 가뭄과 여름에 수해까지 겹치면서 농사를 망쳐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북한에서 구글 등 해외사이트 접속이 차단되어 있다는 점이다. 반면 김 위원장 가족을 비롯해 당·군 등 지도부 핵심 인사들과 그 가족들만 해외 사이트 접속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북한지역의 구글 검색어는 곧 북한 지도부의 관심사라는 것이다.

시기별로는 모내기철을 앞둔 4월 말부터 날씨 검색이 부쩍 늘었다. 기상 관련 검색량은 올해 2월 둘째 주 이후 0(구글 트렌드 지수 기준)에 가까웠지만, 4월 셋째 주부터 반등해 넷째 주에는 18까지 뛰어올랐다. 이 기간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미국'을 검색한 수치는 '기상' 검색량을 한참 밑돌았다.

북한이 올 들어 기상 정보에 목을 매는 건 날씨가 그만큼 변덕스러워서다. 노동신문은 이날 "(최근 날씨가) 전반적으로 기온이 낮은 데다 낮밤의 온도 차가 심하고 일조율도 떨어지면서 센바람까지 자주 분다"고 전했다. 기온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최적의 모내기 시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다. 북한에서는 통상 5월 초부터 모내기 총동원 기간이 시작되는데 학생과 근로자, 군인까지 투입된다.

구글 트렌드는 북한에서 최근 1년간 기상 정보를 가장 많이 찾아본 지난해 11월 셋째 주(14~19일) 검색량을 100으로 잡고, 이를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비교해 시기별 검색량을 선그래프로 표시했다. 당시는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불리는 화성-17형을 발사할 때다. 이에 앞서 기상 여건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외부 기상 정보를 찾아보는 건 자체 분석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김혁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에는 지상 기상관측소가 전국에 590여 개나 있지만 북한은 27곳에 불과하다"면서 "슈퍼컴퓨터가 있는 우리와 달리 북한은 지역별로 세세하게 예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