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택시기사 “가방 내려줬다 손에 피가”... 사이코패스 검사도 실시

초면인 또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정유정(23)의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 수치가 정상인의 범주를 벗어난 가운데, 그를 신고한 택시기사의 증언이 알려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출처 : 연합뉴스

택시기사 A씨는 지난달 27일, 0시 50분경 경남 양산의 낙동강변까지 정유정을 태워줬다. 애초에 탑승했을 때부터 캐리어를 들고 탄 정 씨에 ‘어린 여자 혼자 여행하나보다’고 생각했단 A씨는 목적지 도착 후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내준 뒤 수상함을 느껴 경찰에 신고했다.

A씨의 동료기사에 따르면 “(A씨가) 도와주려고 가방을 들어줬는데 물 같은 게 새어나와 손이 다 젖었다더라. 근데 그게 빨간 피였고, 그래서 신고하게 됐다”고 동료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는 현재 보복 우려 등으로 잠시 피신해 있겠다는 얘기를 남긴 뒤 주변 연락을 피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40분쯤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 여성 B(20대)씨의 집에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혼자 사는 B씨에게 범행 이틀 전 ‘자녀의 과외 교사를 구한다’며 과외 중개 앱을 통해 접근했고, 당일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A씨의 집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정은 B씨를 살해한 후 마트에서 락스와 비닐봉지 등 범행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집으로 돌아가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챙긴 뒤 A씨의 집에서 시신을 훼손했다.

정유정은 다음날인 27일 0시 50분쯤 시신 일부를 캐리어에 담아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의 낙동강변 풀숲에서 시신을 유기했다. 범행은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의 신고로 드러났다. 시신을 유기한 풀숲은 평소 정유정이 자주 산책을 하던 곳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오전 6시쯤 정유정을 긴급체포한 데 이어 피해자의 나머지 시신을 피해자의 집에서 발견했다. 지난 2일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정유정의 구속 기한이 끝나는 오는 11일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필요하면 구속 기한을 한 차례 더 연장할 계획이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6일 부산경찰청은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 결과 등을 분석하고 있다. 검사 수치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정상인의 범주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코 패스 진단검사는 총 20개 문항으로 4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한국에서는 통상 25점 이상, 미국의 경우 30점 이상일 때 사이코 패스로 간주하며, 일반인의 경우 15점 안팎의 점수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코 패스 진단은 이런 점수 외에 대상자의 과거 행적, 성장 과정,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과거 범법 행위 등의 자료와 프로파일러 면접 결과 등을 근거로 임상 전문가가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경찰은 정유정이 이미 범행 일체를 자백했지만, 여전히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보강 수사 차원에서 사이코 패스 진단 검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정유정의 사이코 패스 진단 검사 결과가 정상인의 범주에 벗어난 것으로 보고 이를 종합적으로 더욱 깊게 심사한 뒤 판단 결과를 7일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범죄심리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유정에 대해 “아마도 검거되지 않았으면 그 피해자인 양 일정 부분 그(피해자) 집에서 생활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교수는 5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에서 “정유정이 만약 안 잡혔다고 가정을 했을 때 또 다른 살인을 저질렀을까”라는 질문에 “그 대목은 지금 굉장히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일단 피해자가 혼자 사는 여자였고, 지금은 일단 집이 빈 상태였다”며 “정유정이 피해자의 물건인 휴대전화나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검거되지 않았으면 (정유정이) 그 피해자인 양 일정 부분 그 집에서 생활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판단의 근거로 정유정이 일반 사이코패스들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평상시에 동경하던 대상을 굳이 찾아서 피해자로 물색을 했다는 점이 다르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이 사람(정유정)이 선택한 피해자는 영어 선생님이었다. 그것도 일류대를 나온 영어 선생님이었다”며 “그것은 어쩌면 자기가 되고 싶었던 모습일 수도 있기에 동경의 대상을 피해자로 선택을 했고 그 사람을 마지막까지 기망하기 위해서 교복까지 중고로 사다가 입고 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복은 여러 가지로 불편함을 유발하는 의복이다. 혈흔 같은 게 쉽게 묻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유용하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은 이 사람의 욕구와 상당히 밀접히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며 “평상시에 자기가 가장 열등감이 있었던, 자존감이 결핍되어 있었던 그걸 충족시키기 위해서 가장 이상적인 타입을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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